“아, 라인 스왑이요?”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가 멋쩍게 웃었다.
최우제는 1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젠지의 주축 선수 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과 격리로 인해 이탈하면서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과 탑에서 얼굴을 맞대게 된 것이다.
‘도란’ 최현준과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던 최우제로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걸출한 미드라이너와 탑에서 맞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페이커’ 이상혁에 따르면 최우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상혁에게 라인 스왑(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최우제는 이에 대해 “솔로랭크에서 쵸비 선수를 탑에서도 몇 번 만났는데 되게 잘한다”며 “라인 스왑은 경기 전에 장난을 섞어 말한 것”이라며 웃었다.
최우제는 정지훈이 탑에 올 것이라 예상해 저격 밴 위주로 경기를 준비했지만 라인전이 녹록치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트린다미어’도 충분히 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라가스’로 트린다미어를 3~4레벨부터 피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쵸비 선수가 ‘3 완두콩이’랑 ‘착취’ 트린다미어를 해서 피 관리도 잘 되고 풀피여서 압박이 심했다. 치명타도 잘 터져서 라인전이 초반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최우제는 자신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2세트 쵸비 선수가 야스오를 뽑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팀에 에어본도 별로 없고 그런 픽이 뽑기가 쉽지 않은데 멋있어 보였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자신감만 찬다면 자신도 언젠가는 야스오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T1은 이날 젠지를 2대 0으로 꺾으며 개막 8승 전승을 달렸지만, 최우제는 진검 승부를 펼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매끄럽지 못했던 경기력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우제는 “일단 이겨서 기분이 좋은데 찜찜하다. 상대방이 주전 멤버도 아니었는데 게임 내용이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아서 찜찜했다”며 “첫 번째 판은 뭔가 내 생각대로 게임이 잘 안돼서 말렸던 것도 있었고,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었다. 1세트 끝나고 사이드 관련해서 콜이라던지 그런 운영 피드백이 있었고, 잘 수용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제는 전승 과정을 돌아보면서 “중간중간 질 뻔했던 판들도 많았는데 운도 잘 따라주고 잘 견뎌내서 8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걸 이어서 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배가 좀처럼 없어 문제나 개선점을 찾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는 “승리에서도 배우는 게 있다. 특히 첫 번째 판을 많이 져서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우제는 유독 1세트 패배가 많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 “1세트를 져도 2, 3세트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 시즌부터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는 최우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우제는 “조금 더 라인전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실수 같은 게 있다”며 “솔로킬도 많이 당하고 그런 부분이 아쉽다. 라인전을 조금 더 보완하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라인전에서 고전하고도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에 대해선 “민석이 형이 잘 도와줘서 멘탈을 잘 잡고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팀 동료 ‘케리아’ 류민석에게 공을 돌렸다.
T1은 오는 18일 KT와 1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을 치른다. KT만 잡으면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무리한다. 최우제는 “(‘라스칼’ 선수가) 되게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데 여태처럼 잘 준비해서 잘 해야 될 것 같다”며 “KT전 깔끔하게 내가 잘해서 이기고 싶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