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 논란·유학생 폭행…악화 치닫는 한·중 국민감정

시상대 논란·유학생 폭행…악화 치닫는 한·중 국민감정

기사승인 2022-02-14 16:37:46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차민규를 조롱하는 트윗. SNS 캡처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한중 양국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상 비방을 넘어 중국 대사관 앞에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산에서 20대 중국인 유학생 2명이 한국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확산했다. 중국 외교부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즈는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차민규가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세리머니를 했다며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글로벌타임즈는 “이 제스처는 ‘올림픽이 부정하고 부당하다’는 도발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민규의 행동은 중국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14일 글로벌타임즈에서 많이 읽은 기사 1위다. 차민규가 시상식을 닦는 영상은 웨이보에서 핫이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무덤을 청소하는거냐”, “판정에 불만이면 메달을 반납해라” 등 악플을 잇따라 달았다.
중국 외교부 영사서비스 웨이보 게시물.

부산에서 20대 중국인 유학생 2명이 한국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도 반한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9일 부산 남구 대연동 길거리에서 중국인 유학생 A씨(20대)가 30대 한국인 남성 2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 남부경찰서 측은 “반중 감정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순히 술에 취해 길을 가다가 A씨와 어깨가 부딪히며 시비가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들을 지구대로 임의 동행해 간단한 조사를 한 뒤 돌려보냈다.그러나 웨이보에 폭행 영상과 함께 ‘동계올림픽 때문에 중국인이 한국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의 게시물이 퍼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중국 외교부도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일 웨이보 계정을 통해 “현지 경찰의 입건 및 조사에도 협조하고 계속 사안을 따라갈 것”이라며 “우리는 해외에 있는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익과 신체 안전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조선족 대표하는 여성이 한복 입고 등장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11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올림픽 편파 판정에 사과하라”면서 시위를 열고 중국 국기를 찢었다.
지난 11일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정의로운사람들’ 주최로 베이징올림픽 관련 반중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강하다. 지난달 12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응답자의 88%가 중국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30대는 84%가 중국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은 중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잇따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8일 한 인터뷰에서 편파 판정 논란에 “우리 국민이 갖는 분노에 나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SNS에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9일 일부 한국 매체와 정치인들이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며 편파 판정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신중함을 당부하자 바로 다음날에는 황대헌의 쇼트트랙 남자 1500m 우승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전문가는 정치인이 내놓는 반중 메시지는 근시안적 처사라고 봤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베이징올림픽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한국 국민이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이 표면 위로 떠오른 계기라고 본다. 장기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한국과 중국은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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