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소감은… 어떻게 말하면 되나요?”
승리 소감을 듣고 싶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스트’ 김동민이 주저하며 되물었다. 경기 내에선 제법 베테랑 같은 티를 내더니, 경기장 밖에선 영락없는 신예였다.
기분을 편하게 말해주면 된다고 하자, 김동민은 그제야 잔뜩 긴장한 표정을 풀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첫 데뷔전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했는데 한 판도 안 내주고 2대 0으로 이겨서 기분이 좋아요.”
김동민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농심 레드포스와의 맞대결에서 LCK 데뷔전을 치렀다.
1세트 ‘트린다미어’, ‘2세트’ 피오라를 뽑아 맹활약하며 팀의 2대 0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맞상대가 정글러 출신이라, 진검승부를 펼쳤다고 보긴 힘들었지만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경기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기 종료 후 팀의 맏형 ‘피넛’ 한왕호는 김동민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신인인데 전혀 신인 같지가 않아서 놀랐다”며 “점잖고 침착한 느낌이 있었는데, 경기에서도 그런 성격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 같아서 신기했다. 너무 침착해서 신인의 느낌이 없었다. 챔프폭도 좋다. 오늘 상대 선수가 정글러였다는 부분을 감안해도 잘해준 것 같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김동민은 프로 경력이 3달 남짓에 불과하다. 2003년생의 그는 지난해 젠지 3군 아카데미 테스트를 거쳐, 11월 챌린저스리그(CL) 팀에 입단했다. 김동민은 갑작스런 출전 소식을 들었을 때 부담스러웠다면서도 “도란 형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거니까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내겐 시간이 3일 정도 있어서 편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활약에 대해선 “그냥 잘하는 형들 옆에서 내 할 것만 해서 이긴 것 같다”며 자세를 낮췄다.
경기력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김동민은 경기 내내 긴장 속에서 플레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형들이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줬는데, 손이 많이 떨려서 1세트 마지막에 ‘벽플(벽 플래시)’을 했어요. 2세트는 괜찮아졌는데 다이브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응수’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당황해서 또 긴장했어요. 처음에 벽을 e 스킬로 넘으려고 했는데 안 넘어져서 당황했어요. 플래시로는 무조건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못 넘어서 살짝 민망했어요. 하하…”
긴장했지만, 위축되지는 않으려 했다고 김동민은 전했다. “킬각이 보이면 세게 했어요. 형들이 죽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죽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2세트 밴픽 과정에선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했다. “트린다미어가 나와서 코치님이 제게 아칼리가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최근 아칼리가 트린다미어 상대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피오라를 해보겠다고 했어요. 준비를 많이 안 해서 잘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자신의 강점을 폭발력이라고 꼽은 그는 이날 경기로 느낀 게 많았다고 전했다. “뭔가 프로의식이 강하게 생긴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만 경기해서 관중들 앞에선 경기를 처음 해봤어요. 무대가 울리더라고요. ‘진짜 경기를 하는구나’, ‘내가 진짜 프로가 됐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2달 만에 LCK 무대도 밟고, 전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리그 2위에 자리한 젠지 1군팀과 달리 젠지 CL 팀은 올 시즌 6승 13패로 10개 팀 중 9위에 처져있다. 김동민은 “기회라면 기회다. CL팀에서 나를 포함해서 이번에 1군 경기를 뛰어 본 선수가 3명이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는 가야되지 않나 싶나. 잘해보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동민은 자신의 롤 모델을 최현준으로 꼽았다. “무성 코치님과 도란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도란 형 정도로 커보고 싶어요. 묵묵하게 할 것을 하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