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뿔난 청년들

“여가부 폐지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뿔난 청년들

기사승인 2022-02-18 17:28:45
서울 내 대학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청년 공약이 실종됐다며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대학가에 등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등 전국 대학·청년 단체로 구성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내 9개 대학 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건국대, 동국대, 세종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다. 

대자보에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청년의 성별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이 담겼다. 건국대 학생 A씨는 대자보에 “여가부 폐지가 어째서 청년공약인가. 여가부가 폐지되면 청년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나”라며 “청년을 이대남, 이대녀로 갈라치기하고 현재 청년의 현실을 왜곡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학생 B씨는 “저는 윤 후보가 그렇게나 표심을 잡기 위해 안달하는 2030 MZ세대”라며 “여가부 폐지와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표제가 무슨 상관인가. 열심히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수고하고 있는 부처를 폐지하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공정’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작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공약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명지대 학생 C씨는 “대선 전까지 많은 청년들이 외쳐왔던 적정주거 기준 마련 및 집값 완화, 등록금 인하 및 반환 요구가 대선이 19일 남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매달 빠져나가는 학자금 대출, 핸드폰 값에 월세까지 생각하면 학교 공부 다 때려치고 아르바이트만 해도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가상 대선 후보 ‘박곰’.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는 자신의 핵심 공약이라고 재확인했다.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 후보 선거 공보물에 여가부 폐지 공약이 빠져있다는 의혹이 일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여가부 폐지가 저의 공약에서 철회됐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여가부 폐지가 포함된 ‘대선 10대 공약’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7번째 공약에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설명과 함께 여가부 폐지가 명시돼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단문 공약을 올려 화제가 됐다.

청년단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정치권을 비판하는 뜻에서 만든 가상 대선후보 ‘박곰’도 논평을 냈다. 박곰은 지구의 대표적인 멸종 위기 생물인 북극곰을 캐릭터화했다. 

박곰 후보는 논평을 통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차별하는 사회적 구조를 바꿔야 하고, 폭등하는 집값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면서 “청년 세대를 지키기 위한 비전과 정책만 넣기에도 빡빡한 공약에 청년 세대를 가르고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을 채워 넣고 있다. 청년을 표를 추수할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청년 노동자 대선 요구 설문조사 결과보고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론조사에서도 많은 청년이 20대 대선에서 청년 의제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12월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청년 1025명(여성 665명·남성 356명·기타 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50.5%)이 대통령 선거 진행 과정에서 청년 의제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36.4%, ‘전혀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14.1%였다.

‘청년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권위주의 문화 35.7%, △청년 목소리가 왜곡돼서 33.4% △청년 정치인 부족 17.8% 순으로 높았다.

청년이 향후 중점적으로 다뤄지기 희망하는 의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청년 고용지원 및 일자리 창출이 40.7%로 가장 높았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 21.7% △청년 자산형성 지원 7.9% △젠더 및 성평등 6.9% △청년 실업 지원 6% △청년수당 5.0%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 3.7% △대학 등록금 인하 3.7% △모병제 전환 2.7% △기타 1.8%였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취업, 주거 같은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잇는 방안이 다양한데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이 모든 논의가 소멸됐다고 느꼈다”면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청년이 겪는 어려움이나 관련 공약 논의는 온데간데 없고 네거티브 공방만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대선후보들이 청년 공약을 아예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언급은 많이 나왔다”면서 “다만 이런 공약이 실제로 청년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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