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민단체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에 공약 평가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대선에서 실종된 대표 의제는 여성, 청년, 환경이다. 이대남(20대 남성) 구애에만 쏠린 상황 탓에 여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청년층은 등록금 반환 이슈, 주거난, 취업난 직격탄을 맞았다. 지구 온도 최후 방어선인 1.5도 상승 시점이 20년 앞으로 앞당겨졌다. 기후 위기나 탄소 중립 등 환경 의제는 토론에서조차 빠졌다.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한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지율 상위 4명 후보들은 여성, 청년, 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까. 지난달 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 전 지난 14일까지 이들의 공식 일정과 SNS(페이스북 게시글)를 모았다. 세 의제와 관련한 일정과 SNS 발언이 얼마나 되는지 살폈다. 공약 발표나 토론회 모두 발언, 거리 연설은 제외했다.
△이재명, 구조적 성차별 인정…이대남 표심 잡으려 軍방문도
조사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현장 일정은 총 129번, SNS는 총 131건이다. 여성에 대해 발언한 일정은 6번, SNS는 4건이었다.
이 후보는 워킹맘과 여성 청소년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육아카페와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찾았다. 남녀가 육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월10일) 여성 청소년의 복지에 집중했다. 새해 첫날 SNS에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을 가졌다.(2월9일) 야권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청년 연관 현장 행보는 10번, SNS는 6건이었다. 이 후보는 1인 가구 청년과 만났다. 공정 채용 확대·강화를 약속했다.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도 잇따랐다. 이 후보는 강원 인제에서 예비역 청년과 만났다.(1월15일)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에서 MZ세대 장병과의 만남 일정을 소화했다.(1월28일) SNS에서는 병사 반값 통신요금, 군경력 호봉인정 의무화, 군 복무 상해보험 도입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전남 담양군 에코센터 호남기후변화체험관을 찾았다.(1월5일) SNS에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 탄소배출 감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관리를 강조했다.
△윤석열, 게임 스포츠 산업에 관심…환경 관련 SNS 글 없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여가부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45일 동안 윤 후보의 현장 일정은 총 110번, SNS는 58건이었다.
윤 후보 공식 일정 중 여성과 관련된 일정은 국민의힘 여성지방의원 임명장 수여식이 유일했다.(1월8일) 이 자리에서도 여성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성과 관련한 SNS는 5건인데 이 가운데 2건이 단문 메시지였다. 윤 후보가 올린 첫 단문 메시지는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다.(1월6일) 다음날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올렸다.(1월7일) “여가부 폐지가 공약에서 철회됐다는 유언비어가 도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는 글을 올려 한번 더 쐐기를 박았다.(1월9일)
나머지 2건도 여성이 아닌 저출산에 초점을 맞췄다. “초저출산으로 국가 미래가 어둡다”며 임신부 방역패스 철회를 내걸었다.(1월19일)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와 가정이 행복하다”며 산모 정신건강 진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1월20일)
게임 스포츠와 관련한 윤 후보의 행보와 발언이 눈에 띈다. 윤 후보는 청년간담회 행사에 스피커폰으로 참석해 홍역을 치렀다. 다음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보좌역들과 만나 사과했다.(1월6일) e스포츠 대회 ‘2022 LCK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개막전’을 직접 관람했다.(1월12일) SNS에는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과 관련해 윤 후보가 찾은 현장은 없었다.
△ 청년 고충 듣고 함께 아침 달리기한 안철수…환경 일정은 0번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현장 일정은 총 79번이다. SNS는 총 61건이다. 여성과 관련한 일정은 서울 강서구에서 가진 학부모와의 만남, 한 차례였다. 코딩과 체육, 원어민 수학 등 질 높은 전일제 교육 도입,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학교운영 시간 연장, 반값 공공 산후조리원 대량 설립을 약속했다.(1월5일) SNS에 여성과 관련한 글은 없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일정은 2번이다. 충남 천안에서 청년들을 만나 군대 문제, 주거 문제, 연금 등 고충을 들었다. 안 후보는 “수시 폐지, 취업 청탁 금지 등을 통해 노력하고 실력있는 사람이 빽없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1월7일) 서울 중랑구 중랑천에서 서울대 러닝 동아리 ‘달리샤’와 아침 달리기를 했다.(2월5일)
환경 문제에 관해 SNS에 의견을 표명하거나 현장을 찾는 일은 없었다.
△심상정, 출산율 아닌 성평등 초점…현장 방문·SNS 발언 월등히 많아
여성, 청년, 환경 문제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할애한 일정과 SNS 언급 횟수는 4명 중 가장 많았다.
심 후보는 공식 일정 71번 가운데 9번을 여성 주제로 발언했다. 키워드는 성평등, 여가부 폐지 반대다. 또 MZ세대 여성 사이 화두인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에 대해 언급했다. 또 다른 후보들이 출산율, 보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심 후보는 워킹맘, 2030 여성에 관심을 가졌다.
SNS는 총 87건 올렸다. 발언 주제는 정치개혁(15건), 노동(12건) 다음으로 여성(7건)이 세 번째로 가장 많았다. 다른 주제와 여성을 함께 발언한 횟수는 3건이었다.
현장 행보는 ‘지워진 사람들’ 캠페인을 통해 여성 경찰관(1월27일), 명함 없이 일한 5060 여성 (2월2일), 여성 개발자와 디자이너(2월6일)를 만났다. 지워진 사람들은 대선 국면에서 소외된 이들을 심 후보가 직접 만나 목소리를 전달하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새해 첫번째 일정으로 심 후보는 청소년 선거 대책 본부 발족식을 선택했다. 만 18세 선거권과 주 4일제, 아동청소년부 신설, 성평등부 격상을 언급했다. 또 관악구 고시원 찾아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연금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환경에 대해 발언한 심 후보 일정은 6번이었다. 녹색당, 주한독일대사관저, 재생 에너지 업체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았다. 기후 위기 선도 국가인 독일 사례를 통해 탈탄소 사회로 가는 과정과 그린 경제 등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SNS에서는 7건 언급했다.
정진용 기자, 이유민 쿠키청년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