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나무를 피해 물 호스를 끌고 산을 올라간 그들은, 불이 안 꺼지면 며칠이고 산에 있어야 하는 그들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다. 간신히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어도 월급은 오르지 않지만, 불이 나면 언제든 산을 오를 수 있게 체력 관리 하고 관할 구역 모든 산의 지형을 꼼꼼하게 몸에 새겨둔다. 영월 어느 산골짜기에서 이미 30시간 넘게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친구야. 무사히 돌아와!”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산불은 전국에서 현재 울진·삼척과 강원 강릉·동해, 대구 달성 등 크게 3곳에서 번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까지 산불 피해 면적은 2만1772㏊다. 여의도 면적 약 75배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가 산불 진화의 ‘숨은 영웅’이라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수진화대는 산불 현장 최전선에 선 이들이다. 소방 헬기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야간 산불 현장에 직접 들어간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5개 지방산림청과 28개 국유림관리소에서 435명이 근무 중이다. 보통 10명이 한 조를 이뤄 진화차량과 이어진 소방 호스를 이용해 불을 끈다. 갈퀴로 땅을 파서 불이 넘어가지 못하게 방화선도 구축한다. 차 안에서 쪽잠을 자면서 며칠을 산속에서 지낸다.
한 네티즌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특수진화대인 친구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면서 이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이날 기준 1000회 넘게 공유됐다. 트위터에서도 “화마를 견디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분들이다”, “특수진화대가 안정적인 고용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이 잇따랐다.
특수진화대는 지난 2016년부터 시범운영됐다. 지난 2019년 고성 산불을 계기로 특수진화대가 비정규직이고 노동환경도 열악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특수진화대는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처우개선과 안전장비 지원 등 개선방안 검토를 주문했다.
이듬해 인원이 330명에서 435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160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또 산림보호법 시행령에 특수진화대 구성·운영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에도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다. 지난해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은 “산림청이 처우개선이라며 급식비 월 14만원과 연 복지비 40만원 신설하는 대신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않고) 대체 휴무로 갈음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결국 예산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부식비는 주고 초과 근무수당는 안 주는 조삼모사 식의 처우 개선”이라고 항의했다.
청원인은 “주말이나 야간을 가리지 않고 밤새워 목숨을 걸고 산불을 꺼도 수당조차 없다. 어느 누가 책임감을 갖고 임무수행하려고 하겠나”라고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진화대 임금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월 250만원으로 동일했다. 5년간 동결된 셈이다.
최 의원은 산림청이 초과근무 수당 예산이 없어 수당 지급 대신 보상휴가를 부여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 보상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다고도 짚었다. 사실상 공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20년 특수진화대 보상휴가 사용현황을 보면 총 배정시간 3만7729시간 중 2427시간을 사용하지 못해 보상휴가 미사용률이 6.4%였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 과장은 현장에서 특수진화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진화작업은 공중과 지상으로 나뉜다”며 “공중에서 헬기가 물을 뿌려 큰불을 잡으면 지상에서 잔불을 끄고 정리를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는 헬기가 뜨지 못한다. 야간 산불 진화 작업은 헬기 없이 특수진화대가 담당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경우, 군락지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심하다.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오직 특수진화대만이 갈 수 있었다. 이분들이 밤새 불을 꺼서 어느 정도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산불방지기간이 봄철은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겨울철에는 12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로 정해져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계가 무너졌다. 1년 내내 산불이 이어지는 ‘산불의 연중화’”라며 “특수진화대처럼 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공무직 비율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