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썼다. 그리고 7년 후, 자신을 뛰어 넘었다. LoL e스포츠의 ‘GOAT(Greatest Of All Time)’로 통하는 ‘페이커’ 이상혁(T1)의 얘기다.
T1은 1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광동 프릭스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이로써 개막 후 15연승을 이어간 T1은 2015년 SK 텔레콤 T1(현 T1)이 세운 14연승을 넘어 최다 연승 기록을 써냈다.
2015년 당시 T1의 일원으로 역사를 써낸 이상혁은 7년 만에 역사를 갈아치웠다.
이상혁은 2015년 ‘마린’ 장경환, ‘벵기’ 배성웅,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이지훈’ 이지훈과 함께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제패했다. 특히 서머 정규리그에는 17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어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한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소환사 컵을 들어 올렸다. 2015년의 T1은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이상혁은 올해 자신이 만든 아성에 도전한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에 그친다. 2013년에 데뷔해 프로 9년차에 접어든 이상혁은 어느덧 리그 최고참이 됐지만,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자랑 중이다. 특유의 클러치 플레이는 물론이고, 갈고 닦은 노련함이 더해져 경기 판도를 읽는 능력은 더욱 좋아졌다. 다소 부진한 적은 있었으나 스스로와의 거듭된 싸움에서 이겨냈고, 자신의 라이벌들이 모두 무대를 떠나는 동안 정상을 지켰다. 이상혁은 이날 광동과 1대 1로 맞선 3세트, ‘카이사’라는 깜짝 픽을 꺼내 맹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신선한 픽으로 리그에 충격을 안겼던, 그 모습 그대로다.
올해의 T1은 2015년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5명 모두가 캐리롤을 맡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지만, 당시보다 덜 단단할지언정 보다 더 유연하다. 15연승을 넘어 전무후무 전승 우승을 넘본다.
경기 후 만난 이상혁은 “연승을 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뭔가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하니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이상혁은 7년 전의 T1과 올해의 T1에 대해 “공통점이라고 하면 그 때나 지금이나 연승을 달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다들 게임에서 합이 잘 맞는 부분도 공통점”이라면서도 “그 때는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운도 많이 따라주고 여러모로 잘 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이상혁과 지금의 이상혁은 무엇이 다르냐는 질의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뭔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별로 다른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세 경기를 남겨뒀는데 전승을 한다고 해도 플레이오프 때 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열심히 잘 해보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종각=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