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산림청에 따르면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강릉·고성에서 지난 4일 난 산불로 주택 319채와 공장 및 창고 154곳, 농·축산시설 139곳, 종교시설 31곳 등 모두 643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지난 13일 9시를 기해 주불진화체계에서 뒷불감시체계로 전환했다.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타버진 산림 면적은 2만5003㏊다.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다.
국내 산불규모는 증가 추세다. 2012년 72㏊, 2013년 552㏊, 2014년 137㏊ 였던 피해 면적은 최근 2019년(3255㏊), 2020년(2920㏊), 2021년(766㏊)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대책으로는 먼저 산불 예방 및 산불 발생 행동 요령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 동안 난 산불은 입산자 실화가 127건(36.4%)에 달한다. 소각 48건(13.8%), 담뱃불 실화 31건(8.9%)로 집계됐다.
산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빠르게 산속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임도(林道)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임도는 지난해 말 기준 1㏊당 3.81m다.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의 10% 수준이다. 선진국 수준을 따라 잡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예산은 부족하다. 올해 산림분야 예산 2조6819억 중 임도시설 예산은 2094억원이다.
수종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침엽수림 위주가 아닌 활엽수림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송진이 있어서 불이 잘 붙고 빠르게 탄다. 활엽수림은 상대적으로 불에 강하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립 산불 피해율이 활엽수림보다 2.6배 높다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도 있다.
국가 차원뿐 아니라 도 차원에서도 산불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상화 강원도의원도 전날 도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2000년 산불 이후 20여년간 진화와 복구 차원에서 얻은 교훈이 구체화하고 방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을 법한데도 실제 그렇지 못하다”면서 “장기적인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 없이 단기 대책으로 일관됐다”고 했다.
이어 “도심 주변 산지에는 화재 차단 구역(Fire Breaking Zone)을, 주택 주변에는 화재 안전 구역(Fire Safety Zone)을 구축해야 한다”며 “건축은 난연재료와 구조를 적용하고 방화수와 소화전, 마을에는 소방차 진입로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가 꼽은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위험 지역과 가까운 소나무를 솎아내 밀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 과장은 “나무가 많다는 것은 탈 물질, 연료가 많다는 뜻”이라며 “특히 원자력 발전소 등 기간시설, 주거지 밀집 지역, 문화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소나무 숲을 빽빽하지 않게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 확장에 쓰일 예산 확충에도 동의했다. 이 과장은 “야간 시간대 등 헬기가 뜨지 못할 때에는 지상에서 불을 꺼줘야 한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불이 나는 곳에 접근 조차 하기 힘들어 진화에 힘든 면이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활엽수를 심는 등 수종 다변화에 대해서는 “영동지방에 소나무가 잘 자라는 이유는 소나무가 건조하고 영양분이 없는 곳에서도 잘 살아남기 때문”이라면서 “피해 지역에 성급하게 활엽수림을 심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