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왜 이렇게 과속해요, 과속!”, “T1 누가 막나요 이거!”
경기를 지켜보다 눈이 절로 질끈 감겼다. 숱한 경쟁을 뚫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프로들 간의 경기인데도 극명한 기량 차가 느껴졌다. 패배를 모르는 ‘무적함대’, T1 경기력은 날이 서 있었다.
T1은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시즌을 전승으로 마쳤다. 리그제가 도입된 후 사상 최초다. ‘역대급 팀’이라는 수식어가 모자라지 않지만, 일각에선 T1을 향한 의구심도 있었다. 2년 전 담원 기아처럼 단단하진 않다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해 어수선한 리그 상황에 수혜를 받았다고 말이다.
T1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 유연함을 갖춘 팀이다.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면서 LoL의 해묵은 공식을 깨트려왔다. 하지만 단단하지 않다는 지적엔 동의하기 힘들다. T1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부서지지 않았다. 단단하지 않았더라면 특유의 변칙적인 운영도 없다. 26일, 광동 프릭스의 매서운 창끝도 T1을 뚫지 못했다.
T1은 이날 광동과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3경기를 치르면서 소요된 시간은 1시간18분31초. 리그제 도입 후 다전제 최단 시간 기록이다. 1세트 26분17초, 2세트 20분16초 만에 상대 넥서스를 함락했다. 저항이 거셌던 3세트는 31분58초 만에 끝냈다. ‘플레이오프 모드’에 돌입한 이들에게 빈틈이라곤 없었다.
이현우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에서 “1-2-3세트 단 한 번 도, 단 한 순간도 위기였던 순간이 없었다”며 “T1의 약점이 뭐냐고 물어보지만 지금의 T1은 판타지(Fantasy)다”라고 감탄했다.
그는 “다른 팀들은 위기일 때 움츠러들고 더 손해 볼 때가 많지만 T1은 중간중간 순간 판단이나 반전, 결단력들이 크게 나왔다”며 “단언하건데 다른 팀들은 (이걸) 못 한다”고 강조했다.
T1은 젠지 e스포츠, 담원 게이밍 기아의 맞대결 승자와 오는 4월 2일 킨텍스에서 우승을 놓고 다툰다. 현재의 기량, 기세대로라면 전대미문의 전승 우승도 꿈만 같은 일은 아니다. 결승에서도 이날과 같은 ‘호러무비’가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결승전도 싱거울 것 같다”며 T1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한편 T1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우리가 실수하지 않고 집중만 하면 무실세트 우승도 가능하다”며 “(담원이든 젠지든) 솔직히 우릴 만나야 된다는 생각에 이기기 두려울 거다. 이기는 건 좋은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는 말고, 질 준비를 하시면 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종각=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