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종전에서 한 끗 차이로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한 남자배구 한국전력이 올해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벌이다 최종전에서 패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우리카드와 최종전에서 승점 1점만 획득해도 4위로 올라서 준플레이어오프 진출이 가능했지만,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패하는 바람에 4위 OK금융그룹에 다승에서 밀려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올 시즌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전력은 시즌 초반만 해도 깜짝 1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사상 첫 1라운드 1위에 오른 한국전력은 2라운드까지 순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점차 순위가 하락하더니 시즌 막판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주춤하던 한국전력은 6라운드에서 OK금융그룹,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을 연달아 잡아내며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밝혔다. 주포인 서재덕과 다우디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박철우, 황동일, 신영석 등 베테랑들의 뒷심이 돋보였다. 플레이오프 경쟁자인 우리카드가 주춤한 사이 턱밑까지 쫓았다.
한국전력의 분위기도 올라선 듯 했다. 박철우는 지난 15일 OK금융그룹전이 끝난 뒤 “매 시즌 봄 배구에 대한 갈망은 크다. 특히 우리 팀의 고참 선수들은 매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후배들도 간절한 마음이 크다. 이런 분위기가 훈련 때부터 잘 나오고 있다. 모두가 봄 배구에 진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27일 우리카드전에서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완패를 당해 상황이 미묘해졌다. 당시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했다면 3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승점 차가 더 벌어지면서 봄 배구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은 일반적으로 3위까지 진출할 수 있는데,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내일 경우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한국전력은 28일 기준 19승 16패(승점 53점)으로 3위 우리카드(승점 59점)과 승점 6점 차다. 오는 30일에 열리는 시즌 마지막 경기인 KB손해보험에서 승점 3점을 무조건 올려야만 봄 배구에 입성할 수 있다.
한국전력에 희망적인 부분은 올 시즌 KB손해보험전 상대전적이다.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에 4승 1패로 유난히 강했다. KB손해보험이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열세인 팀이 한국전력이다.
키는 한국전력보다 KB손해보험이 쥐고 있다.
이미 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와 단판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바로 맞붙는 것보다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되는 것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KB손해보험은 무리해서 한국전력과 최종전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 지난 26일 삼성화재전(0대 3 패)에서도 주전 세터 황택의와 리베로 정민수 등에게 휴식을 부여했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 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어 5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겠다는 각오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우리카드전이 끝난 뒤 “KB손해보험전은 전략적으로 해야될 것 같다”며 “포메이션도 수정을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