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배구’ 없이 막을 내린 여자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뜨겁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4일 여자부 FA 자격을 얻은 13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이들은 공시 즉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협상 마감 시한은 다음달 6일 오후 6시다.
여자 프로배구는 2018년부터 FA 등급제를 도입했다. 연봉을 기준으로 FA는 세 등급으로 나뉜다. 연봉 1억원 이상이 A그룹, 연봉 5000만~1억원 미만이 B그룹, 연봉 5천만원 미만이 C그룹이다.
A그룹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소속팀에 해당 선수의 전 시즌 연봉 200%와 FA 영입 선수를 포함해 6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 또는 연봉 300%를 보상하면 된다. B그룹 선수는 전 시즌 연봉의 300%, C그룹 선수를 데려오려면 전 시즌 연봉의 150%를 지급하면 된다.
이번 FA 시장에는 유독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연봉퀸’ 양효진을 필두로 임명옥, 표승주, 신연경, 유서연, 안혜진, 이나연 등등 전 포지션에 걸쳐 좋은 선수들이 대거 나왔다.
FA 시장이 약 일주일 정도 지나간 가운데 현재까지 도장을 찍은 선수는 임명옥 뿐이다. 임명옥은 30일 3억5000만원(연봉 3억원·옵션5000만원)에 원소속팀인 한국도로공사에 잔류했다. 리베로 역대 최고 대우로 8시즌째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한다.
임명옥이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본격적인 시장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연봉퀸’ 양효진이다. 이번 FA 자격을 받은 선수 중 유일한 센터 포지션인 양효진은 블로킹 1위, 속공 1위, 오픈공격 1위 등 대다수의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대건설의 독주를 이끌었다.
양효진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 등 총 7억원을 받았다. 다른 팀들이 양효진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9억원과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인 13억5000만원 등 막대한 보상 규모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양효진은 프로 데뷔 후 현대건설에서만 뛰었다. 팀에 대한 애정이 깊어 협상에서 큰 이견이 없는 한 현대건설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레프트 포지션에는 알짜배기 자원들이 모여있다. 고예림(현대건설), 표승주(IBK기업은행), 유서연(GS칼텍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현대건설의 고예림은 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예림은 올 시즌 현대건설에서 주전 레프트로 뛰었지만 성적이 다소 저조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팀의 유망주인 정지윤의 출전 시간을 늘려가는 중이다. 입지가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팀의 샐러리캡도 거의 포화 상태라 고예림이 현대건설에 남아있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세터 포지션의은 연쇄 이동 가능성이 열려있다. 국가대표 세터인 안혜진(GS칼텍스)과 이고은(한국도로공사) 등이 복수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선수 모두 A그룹이다. 만약 한 명의 세터가 이적을 할 경우 세터 포지션에서는 연쇄 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신생구단인 페퍼저축은행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관심이다. 팀 창단부터 선수단 구성까지 급하게 이뤄졌던 만큼, 선수 보강에 대한 열망이 크다.
올 시즌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이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해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전망이다. 기존 선수단 연봉이 높지 않은 만큼 샐러리캡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전 포지션에 걸쳐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FA는 아니지만 김연경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재 김연경은 중국리그 계약이 끝난 뒤 국내에서 개인 훈련에 매진 중이다.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한다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1시즌을 더 뛰어야만 FA 자격을 얻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