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문현준(T1)은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자신을 낮췄다.
T1은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젠지 e스포츠와의 결승전에서 3대 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팀 사상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T1은 전승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도 작성했다.
이날 가장 빛났던 선수는 T1의 정글러 문현준이었다. ‘비에고’를 뽑아 3, 4세트 맹활약, 일찌감치 경기를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파이널 MVP는 문현준의 차지였다.
경기 후 만난 문현준은 “컨디션이 조금 별로여서 게임이 좀 안 됐을 때, 멘탈을 팀원들이 잘 챙겨줘서 좋은 경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전날 일산에 숙소를 잡아서 잤는데 내가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해서 1시간 정도 밖에 못 자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허리도 조금 아픈 그런 상황이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무대 인터뷰 당시 비교적 덤덤히 우승 소감을 전했던 문현준은 파이널 MVP 수상자로 호명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문현준은 이에 대해 “오늘 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나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잘 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름이 불리자마자 울컥해서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며 후련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규리그 전승을 달성한 T1은 문현준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에서 모두 리그 ‘퍼스트팀’에 선정됐다. 문현준은 담원 기아의 ‘캐니언’ 김건부에게 밀려 ‘세컨드팀’에 자리했다.
아쉬울 법도 한데, 문현준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개인 방송에서 “캐니언 선수를 인정한다. 인정하는 게 어려운 거다. 그런데 인정하면 나도 성장을 하는 거다. 처음부터 퍼스트 먹으면 재미없다. 동기부여가 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결국, 결승전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편 문현준은 이날 팀 동료이자 친한 동생인 ‘제우스’ 최우제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외적으로 친하고, 아카데미부터 같이 했던 선수라 플레이 하나하나 호흡이 잘 맞는 것 같고, 그래서 플레이가 잘 되는 것 같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일산=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