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가격 싸질까” 지정가 해제 첫날, 약국 가보니

“키트 가격 싸질까” 지정가 해제 첫날, 약국 가보니

약국가 “올리기도 내리기도 곤란한 상황”

기사승인 2022-04-05 15:43:36
5일 서울 강서구 한 약국 출입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입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손님 반발이 엄청날 텐데 6000원보다 비싸게 팔 수 있겠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이하 키트) 판매가격 지정 조치가 해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4일 키트가 안정적으로 유통, 공급됨에 따라 키트 1회분 6000원으로 정한 판매가격 지정 조치를 이날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약국과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키트 가격이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키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키트 판매가격 지정 해제 첫날 약국과 편의점 분위기는 어떨까. 이날 서울 강서구 소재 편의점과 약국 10곳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모두 기존 가격 6000원에 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약국에서는 “당분간 가격 변동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약국을 운영하는 장모(43)씨는 “가격 지정 조치가 해제된 사실도 몰랐다”면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 뒤에야 가격을 올릴지 내릴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약국에서 근무하는 양모(52·여)씨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가격이 올라갈 이유가 없다”면서 “근래 키트를 찾는 손님도 큰 폭으로 줄었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렸다가는 손님 원성이 자자할 게 뻔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일원동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검사를 마치고 음성이 나온 테스트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키트 가격은 6000원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형성돼 가격을 인상하기 쉽지 않지만 약국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려서 팔기도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편의점보다 비싼 약국 키트 공급가, 인건비, 임대료 등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약사 김은영(36)씨는 “정부에서 발표한 키트 공급 가격 개당 2420원은 편의점 기준”이라며 “약국은 4000원대에 키트를 공급받는다. 키트를 일일이 소분하고, 관련한 온갖 민원까지 다 감수하면서 그야말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키트를 팔고 있다. 약국들은 직격탄을 맞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 6000원으로 가격을 형성한 탓에 여기서 더 올리면 소비자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며 “대형 약국쯤 되어야 100원, 200원 정도 싸게 팔 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약국을 찾았다가 키트를 5개 묶음으로 3만원에 판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린 강서구 주민 최모(31·여)씨는 “키트 구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여기서 더 가격이 오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구모(44)씨는 “1회분에 6000원은 너무 비싸다. 1000원~2000원쯤 되어야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언제 코로나19 변이로 확진자수가 다시 폭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키트는 지난 2월15일부터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서 1회분 당 판매가격이 6000원으로 고정됐다.

온라인 판매 금지 조치는 당분간 유지돼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앞서 1인당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던 수량 제한 조치는 지난달 27일부터 해제됐다. 

식약처는 “키트가 안정적으로 유통, 공급됨에 따라 판매가격 지정을 해제했다”면서 “다만 이번 조치 이후에도 키트 유통 현황, 가격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가격 교란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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