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일반 시신과 마찬가지로 매장과 염습을 허용했다. 일부 장례업체는 코로나19 시신을 받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신을 닦고 옷을 입힌 뒤 염포로 묶는 염습 과정에서 혹시 모를 전파 가능성 때문이다.
6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장례업체는 전국 100곳이 넘는다. 한국장례협회에서 집계한 수치다. 지난 1일 정부가 화장이든 매장이든 유족은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지침을 바꾼 지 닷새 만이다.
정부는 시신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시신과 직접적 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인 주의와 소독 절차를 잘 지킬 경우 감염 우려는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코로나19는 감염자 호흡기 비말 같은 것을 통해 감염된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시신을 통한 감염 사례나 증거는 없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도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별도 장례 지침을 지난 2월 이후부터는 더 이상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다만 WHO는 시신 흉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며 “시신의 위생 관리를 할 때는 개인 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하라는 가이드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한 장례업계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백 밀봉을 철저히 하고 개방을 최소화하는 등 전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해온 장례 지도사들은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많은 장례 지도사가 보호장구는 어떤 걸 착용해야 하는지부터 시신백을 개방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안전하냐고 묻는 등 걱정이 크다”면서 “흉부에 대한 압박을 피하라고 하지만 시신을 씻기고 온몸을 삼베 끈으로 묶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압박이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외국과 한국의 장례절차가 엄연히 다른데 정부가 해외 연구결과를 근거로 드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계자는 “자꾸 미국 연구 결과를 가지고 얘기하는데 미국과 한국은 장례 문화가 많이 다르다”면서 “정부 지침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협의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반발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선화장 후장례’에서 ‘선장례 후화장’이 가능하게끔 바꾼 지침을 지난 1월27일 발표했을 때에는 3개월 동안 협회와 질병관리청이 전문가 자문을 포함해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협의 일정을 조율하던 중 일방적으로 질병관리청이 통보한 격이라서 더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언제는 감염 위험으로 화장만 해야 한다더니 하루아침에 갑자기 코로나19 전파력이 저하됐다는 말인가. 아무런 대책 없이 코로나19 사망자를 씻겨 염습하라고 하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지 않겠다는 장례업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례업계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론상으로는 사체는 바이러스 전파가 불가한 게 맞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망자가 면역 저하 환자였다고 한다면 바이러스가 오래 증식할 수 있다. 피부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거나 항문, 소변 등 분비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유교적 관습 때문에 시신을 다루는 절차가 외국과는 다른 점이 많다”며 “정부에서 좀 더 객관적인 연구 결과와 증거를 가지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