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병원’ 제동…“요건 미비”

제주도,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병원’ 제동…“요건 미비”

개설 허가 취소… 2019년 이어 두 번째

기사승인 2022-04-13 13:32:41
제주녹지국제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심의위)는 12일 녹지병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외국의료기관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도의 허가 취소는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도는 “개설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녹지제주)가 녹지병원 부지와 건물을 제3자에게 매도했고 방사선장치 등 의료시설 전부를 멸실해 개설허가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녹지병원 측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취소가 결정된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를 넘는 법인만 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녹지병원 지분 75%는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 디아나서울에 있다. 녹지제주는 나머지 25%를 갖고 있다. 

다만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 녹지병원이 문을 열 가능성은 있다. 녹지병원 건물과 부지를 사들인 디아나서울 측은 내달 중 비영리의료법인 설립 허가 신청을 제출, 오는 9월 비영리병원을 개원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이번 허가 취소로 영리병원으로서의 녹지병원 개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디아나서울이 비영리의료법인을 세워 영리 법인과 자금이 연동되지 않게 하는 등 자격 요건을 맞춘다면 비영리 병원은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전 정책국장은 “도가 병원 허가를 또 한번 취소하면 녹지 측에서 법리를 검토해 다시 소송으로 맞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새 정부에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5일 녹지제주는 도를 상대로 제기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당장 영리병원 개원은 막았지만 이번 판결이 의료 민영화 물꼬를 터줬다는 우려가 나왔다. 

녹지제주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전체면적 1만7679㎡ 규모의 녹지병원을 짓고 지난 2017년 8월 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냈다. 도는 2018년 12월5일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도는 녹지제주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자 2019년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냈다. 지난 1월13일 녹지제주는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최종 승소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너무 당연한 결정”이라며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서는 13일 논평을 내 “현재 국회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로 ‘영리병원허용조항 완전삭제’를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도가 ‘외국인전용 영리병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며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면서 “도는 즉각 외국인전용 영리병원 안을 철회해야 한다. 녹지병원에 대한 도민 공론조사 결과는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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