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가 끝나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거리두기 해제 첫 날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10년째 순대국밥집을 운영 중인 김모(53)씨는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영업시간도 풀리고 제한 인원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늘부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날부터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사적모임과 행사·집회 인원 제한이 모두 풀리고 식당·카페·술집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다. 오는 25일부터는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3월22일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진 지 약 2년1개월 만이다.
이날 쿠키뉴스가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광화문·종로 일대와 학생들이 많은 홍대·합정 일대를 취재해본 결과 가게 사장님들과 시민들은 거리두기 해제로 기대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최모(44)씨는 “오늘이 거리두기가 끝난 첫 날이고 월요일인 만큼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로 북적이진 않을 거 같다”면서도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이모(46)씨도 “아무래도 인원제한이 풀리니까 직장인 손님들 회식이 전보다는 많아질 테고, 저희 입장에선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6)씨 또한 가게 외부 한편에 쌓여 있는 의자들을 가리키며 “인원제한이 풀린 만큼 저 의자들도 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게들을 대상으로 주류를 납품 중인 한 배송 기사는 “아무래도 오늘부터 거리두기가 본격 해제되는 만큼 가게 사장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무쪼록 이 술들이 빠르게 판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역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언제 끝날지가 제일 큰 관심사”라며 “해외여행도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설렌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입학 이후 동기들과의 단체 술자리가 제일 하고 싶었는데 이제 가능해질 거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해제 소식을 반기면서도 최근 급등한 물가와 구인난 등으로 당장의 일상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생활물가의 대표 지표로 꼽히는 외식물가 상승률은 6.6%로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원자재값 상승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고깃집을 운영 중인 최씨는 “오늘부터 영업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아직 아르바이트생 등 인력 충원을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하루빨리 고용을 해야 하는데 최근 고용도 쉽지 않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식자재값이 두 배 올랐다고 판매 가격도 두 배 올릴 수는 없다. 수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라고 하소연했다.
애초 24시간을 운영했었다던 국밥집 사장 김씨는 “정부가 거리두기를 해제했다고 저희도 하루아침에 바로 영업시간을 확 풀진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손님들의 방문율이나 매출 등의 상황을 지켜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거리두기 해제로 자영업자들에겐 작은 숨통이 틔었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밤 사장님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