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격 담합으로 인한 치킨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닭고기 가격 담합이 치킨 가격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닭고기 공급업체들은 오히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바잉파워(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를 내세워 납품하는 닭고기 가격을 낮춘 뒤 비싸게 되팔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치킨·삼계탕에 사용하는 닭고기의 가격과 출고량을 약 10년 동안 결정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에 12억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한 달 전에도 같은 혐의로 육계협회 회원사를 포함한 16개 업체에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장점유율 2~4위 업체 등 5곳을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육계협회에 가입된 업체들 중 2021년 말 도계량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는 하림(19.1%)이 차지했다. 이어 △동우팜투테이블 8.3% △참프레 8.2% △올품 8.1% △체리부로 7.6% △마니커 7.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하림 점유율의 경우 2위인 동우팜투테이블보다 2배 이상이 많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근 치킨 가격 인상에 이같은 육계협회의 닭고기 담합이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림, 옹우팜투테이블, 참프레 등 육계협회에 가입된 업체들로부터 닭을 공급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A치킨 관계자는 “치킨 가격 인상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물가상승과 배달 중개수수료 인상, 인건비 인상,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양한 요인이 치킨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최근 육계협회의 닭고기 가격 담합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치킨 관계자는 “대부분의 치킨 업체들은 닭고기를 한 업체로부터 받지 않고 하림, 참프레, 올품, 마니커 등 여러 곳과 동시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질병이 터졌을 때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닭고기를 공급해주는 업체들이 사실상 대부분이 협회 측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육계협회를 비롯한 소속 회원사 측은 치킨 가격 인상은 이번 가격 담함 논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국내 굵직한 치킨 프랜차이즈 경우 바잉파워가 있어 판매자 입장에서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낮은 가격대로 닭고기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측에서 낮은 가격으로 닭고기를 공급받아 비싼 값에 되판다고 주장했다.
협회 소속 한 회원사는 “시장에는 ‘바잉파워’라는 것이 있다. 1개 사는 사람과 1만개 사는 사람이 있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후자를 대상으로 어드밴티지 등을 주면서 거래 관계를 맺는다”면서 “국내 굵직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바잉파워가 있다. 이들은 저희 입장에서 소중한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가격 등 일부 조건을 맞춰주기도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저희가 아니면 다른 공급 업체와 계약해도 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닭고기 물량에 따라 공급자, 수급자 우위가 바뀐다. 과거에 비해 현재 도계량은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 수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며 “이 경우 수급자에 맞춰서 닭고기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다고 우리가 생산이 늘어난 닭들을 수출할 입장은 못 된다. 수출을 위해선 큰 닭을 생산해야 하는데 큰 닭을 생산할 경우 국내에서는 소비처가 없다. 프랜차이즈들은 작은 닭을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