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는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정부가 내달 초 실외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한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방역상황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5월 초 실외 마스크 계속 착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만 남았다.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시행돼 온 거리두기 조치는 대부분 끝이 났다.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됐다. 행사, 집회도 인원 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영화관, 공연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먹는 행위도 오는 25일부터 가능하다. 지난 2020년 3월22일 행정명령 발령으로 유흥시설, 종교시설 등 일부 시설에 운영 제한을 권고한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실외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경우는 실내 전체 공간과 실외에서 타인과 거리가 2m 이내 이거나 집회·공연·행사 등 다수가 밀집할 때다. 그러나 시민 사이에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다른 국가는 점점 마스크를 벗는 추세다. 뉴질랜드는 지난 4월, 싱가포르는 지난 3월, 프랑스는 지난 2월 각각 실외 마스크 의무 조치를 풀었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오미크론 계통의 재조합 변이 ‘XE’, ‘XM’가 국내에서 발견됐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독성은 오미크론과 비슷하고 전파력은 10% 정도 큰 것으로 분석했다. 또 CDC는 올해 가을 새 변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정은옥 건국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20일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과학 방역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오는 11월에서 2023년 사이 누적 사망자가 최소 700명에서 최대 2700명이 발생하는 ‘가을 재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한 변이 우세 지속 기간이 평균 10~14주라는 점을 들어 올해 하반기 중규모 유행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실내가 아닌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유무가 바이러스 전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국은 방역 긴장감 완화를 우려하는 눈치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 방역 긴장감이 떨어져 실내에서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마스크는 비용과 효과가 우수한 핵심 방역 조치”라면서 거리두기 조치 해제에 실외 마스크가 빠진 이유에 대해 “방역 긴장감이 너무 약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또 실외 마스크 착용에 따른 위험도 감소는 공원이나 행사 등 장소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늦가을 재유행이 나타나도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계열일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자연 면역이 많이 이뤄진 상태라 크게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취약계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의료 체계가 아직 안정되지 않아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천 교수는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는 단계적으로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야외 넓은 공간에 한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대중교통·집회·행사 등에서는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