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감염병’된 코로나19…“격리의무 해제, 신중해야”

‘2급 감염병’된 코로나19…“격리의무 해제, 신중해야”

4주 뒤 확진자 격리 ‘의무’에서 ‘권고’로…생활 지원금도 중단
전문가 “법에 ‘2급 감염병도 격리’ 명시…격리 해제, 섣부르게 쓸 말 아냐”

기사승인 2022-04-25 16:39:52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단계로 하향 조정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취식 가능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약 4주간 ‘이행기’ 뒤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생활비 지원이 중단되는 등 2급 수준의 방역체계로 바뀐다. 일각에서는 실외 마스크 착용, 확진자의 격리 의무 해제 등 방역당국의 잇따른 조치가 자칫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되기 전인 지난 2020년 1월8일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인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지정한 지 2년 3개월만이다. 

1급과 2급 감염병은 확진자 발생에 따른 신고 시기와 격리 병실이 다르다. 1급 감염병은 발생 즉시 신고해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 감염병 17종이 여기에 속한다. 결핵, 수두, 홍역, 콜레라, A형 간염 등은 2급 감염병으로 24시간 이내에만 신고하면 된다. 1급과 2급 감염병 모두 격리가 필요하지만 1급은 음압병실 격리 치료가 원칙이다. 2급 감염병은 일반 병상에 입원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방역체계에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 동안을 이행기로 정하고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현행 관리체계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내달 23일쯤에는 ‘안착기’를 선언하고 실제 2급 감염병에 준하는 방역, 의료체계가 시행된다.

안착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가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 생활비 지원금은 중단된다. 생활지원비(일 2만원)와 유급휴가비(중소기업 하루 최대 4만5000원) 수준이었다. 코로나19 검사비에 대한 환자 부담은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때 진찰료 명목으로 5000원만 환자 개인이 부담했지만 감염병 2급 체제가 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 전액 정부가 지원한 입원, 치료비는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할 것인지 여부를 이행기 과정에서 좀 더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단계로 하향 조정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고객이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료체계도 일상으로 전환한다. 별도 신청 없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든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게 된다. 안착기 병상 운영은 국가지정격리·긴급·거점 병원만 유지하고, 별도의 병상 배정 체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생활치료소는 시·도 당 1개소는 유지하고 대부분 문을 닫게 된다.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와 방역당국은 실외 마스크 해제를 비롯해 감염병 등급 조정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이 내달 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20일 “마치 코로나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날 인수위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1급으로 다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감염병 급수 조절에 관한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 입장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방역당국은 감염 상황과 치명률 등 방역 지표가 악화되면 언제든 다시 등급을 올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유미 방대본 일상방역관리팀장은 “다시 (코로나19) 치명률이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다시 1급으로 분류할지 2급으로 유지할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이미 1월과 2월 대유행을 거치면서 코로나19에 대해 법정감염병 1급에 준하는 관리를 못하고 있었다. 기존에도 이름만 1급 감염병이었던 것은 맞다”면서 2급으로 햐항 조정한다 하더라도 유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2급 감염병은 음압격리 등 높은 수준의 격리가 아닐 뿐이지 격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규에도 명시가 돼있는 부분”이라며 “격리가 필요하지 않은 법정 감염병이 되려면 2급이 아니라 3급, 4급으로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격리 의무를 권고로 바꾸는 것은 국민에게 ‘코로나가 다 끝났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가을, 겨울 재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격리해제는 섣부르게 쓸 말이 아니다. 방역 조치도 한번 풀면 다시 조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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