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에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라인업에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났다. 한국에서 찍은 한국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했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만나 어떤 영화를 찍은 걸까. 1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보고회에 배우 송강호와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참석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도쿄에서 화상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6년 전 떠올린 아이디어가 계기”
캐스팅부터 신기한 조합이다. 송강호와 강동원은 영화 ‘의형제’(감독 장훈) 이후 12년 만에 만났고, 상업영화 첫 출연인 이지은은 넷플릭스 ‘페르소나’에서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다. 한 작품에서 만나기 힘든 배우들이 모인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때문이다. 그는 6년 전 어떤 이야기를 떠올린 후 ‘이 이야기라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송강호와 강동원은 전부터 영화제에서 만나 알고 있었고, 배두나는 영화 ‘공기인형’에서 함께 작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배우들과 오랫동안 교류해왔다”며 “전부터 언젠가 영화를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막연한 얘기를 하다가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 역할엔 이지은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이지은과 이주영은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에서 집에만 있을 때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국 드라마에 빠졌다”라며 “솔직히 ‘나의 아저씨’로 이지은 배우 팬이 됐다. 후반엔 이지은이 나오기만 하면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JTBC ‘이태원 클라스’에 빠져서 두 번 봤다”라며 “드라마 속에서 이주영 배우의 존재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제가 먼저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존경하는 예술가”
배우들은 선뜻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제안을 수락했다. 각자 사정이 조금씩 달랐다. 송강호는 6~7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감독을 만나 영화 제안을 받았다. 송강호는 “오래 전부터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세계 좋아하고 팬이다. 출연 제의가 영광스럽고 새로운 도전에 설렜다”고 말했다. 강동원도 6~7년 전 도쿄에서 고레에다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가며 작업 과정을 지켜봤고 지난해 촬영에 함께했다. 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해본 배두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지은은 “먼저 출연을 결정한 배두나 선배님이 제가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확신을 갖고 대본을 읽었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태양과 같은 존재”
이날 감독과 배우들은 서로에게 극찬을 쏟아냈다. 한국과 일본으로 국적과 언어가 다르지만 영화가 서로를 연결했다. 송강호는 “치밀하고 계산된 완벽한 걸 추구할 것 같은 일본 거장 감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정말 자유롭고 편했다”며 “배우 감성을 존중하고 끄집어내는 작업이 처음엔 놀라웠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는 모든 장면에서 훌륭하다”고 받아쳤다. 그는 “선악 양쪽이 다 들어있고 대사와 장면마다 선악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인물을 만들어냈다”며 “다채로운 색으로 인물을 묘사하기 때문에 깊고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어려운 장면을 완벽하게 표현한 이지은을 따로 불러 칭찬을 해줬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12년 만에 호흡한 강동원에 대해선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성숙해진 강동원이란 배우를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