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튀고 저리 튀는 핑(Ping‧응답 속도)이 이번 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막을 연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2019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이후 2년 반 만에 유관중으로 열리는 LoL e스포츠 국제대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완벽한 정상화엔 실패했다. 한국을 비롯한 10개 지역 스프링 시즌 우승팀은 부산에 입성했지만 중국 프로리그(LPL)의 우승팀인 RNG는 온라인으로 MSI에 참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상하이 시가 장기 봉쇄에 들어가서다.
이에 라이엇 게임즈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RNG 측의 응답 속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참가 팀 전원의 핑을 평소보다 높은 35m/s로 고정하기로 결정했다.
수치로는 0.035라는 찰나의 차이지만, 누구보다 게임 환경에 예민한 프로 선수들은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핑이 체감이 많이 되긴 한다. 열심히 적응하려고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밖에 다른 지역 선수들도 입을 모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핑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연습실이 위치한 호텔과 경기장 내에서 응답 속도 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과 실전, 이중으로 핑에 적응해야 되는 셈이다.
LCS(북미)의 전설적인 선수인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고정한 핑보다 실제 대회가 더 핑이 높을 수도 있다”며 “60ms에 패킷 손실을 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플래키드’빅토르 리롤라 토르토사 역시 인터뷰에서 “30핑이 아니라 80핑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페이커’ 이상혁(T1), ‘야하롱’ 이찬주(DFM) 등의 선수들도 핑 상태가 균일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핑 적응 문제로 인한 아쉬운 플레이가 경기 내에서 거듭 이어지면서, 메타(챔피언 혹은 전략 등의 유행) 파악보다는 핑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상혁은 앞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핑이 평소와 달라 챔피언 티어도 달라질 것”이라며 “핑에 따른 메타 적응을 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RNG의 온라인 참가를 결정한 이번 대회는 전례 없이 요란하다. RNG 선수단이 모니터 및 헤드셋 규정을 지키지 않고 IW(터키)와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송출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라이엇이 “상하이 봉쇄 때문에 경기에 필요한 물자 배달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부산=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