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14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협의회에서 “지난달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발열 환자 수는 52만4440여명이며 누적 사망자수는 2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발열 환자 중 24만3630여명이 완쾌됐고 28만81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국 협의회에서는 예비의약품 보급 문제가 집중 토의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대부분의 경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데로부터 약물 과다 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인명 피해가 초래된 데 대해 통보됐다”고 밝혔다.
확산 심각성을 고려한 듯 북한 매체들은 지난 12일부터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그동안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진단 키트가 턱없이 부족한 점, 그리고 백신 접종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감염자·사망자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해 4월3일부터 지난2월26일까지 13만5348명을 대상으로 오미크론 변이치명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차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0.07%다. 반면 한번도 백신을 맞지 않은 자의 치명률은 0.6%다. 이를 바탕으로 거칠게 계산하면 누적 발열자 52만명 중 적어도 3120명 정도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사망자 통계는 축소했을 가능성, 그리고 아예 진단을 하지 못해 통계를 못 내고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면서 “예측을 해보면 북한이 이번 유행 상황에서 10만명 이상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확진자 규모는 100만명 이상에서 몇 백만 명까지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검사 키트 부족으로 정확한 확진자 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유열자’ 수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실제 확진자 수는 북한이 발표한 숫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자 수가 6명에서 하루 만에 21명이 늘어난 것을 볼 때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추세”라고 봤다.
북한은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보건성은 의료진을 비롯해 전국 의대 학생들까지 코로나19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이 이날 중국식 방역 모델을 언급하며 중국에 백신 등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됐다.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 당(공산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지원 의사를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입각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백신과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가 미국이 기부한 화이자 백신을 북한에 지원한다면 이 역시 지지하겠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