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측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 실무접촉을 제안했다. 북측이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아 발신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북한 주민에게 백신과 의약품, 보건 인력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 권영세 장관 명의로 백신을 비롯, 의약품, 마스크, 진단 도구 등을 제공하고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대북통지문을 보내려 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조선중앙통신은 이날 “15일 하루 동안 32만292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하고 8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집계를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전날까지 누적 발열자는 121만 3550명, 사망자는 50명이다. 주민 사이에서는 ‘의약품 사재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우황청심환, 금은화 또는 버드나무 잎 우려먹기 등 민간요법을 주민에게 권하는 실정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은 연일 방역 당국을 질책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민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면서 보건부문 간부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의약품 수급 상황 안정을 위해 인민군 투입을 지시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없어서 단순 발열 유무로 감염을 추정할 뿐이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손영래 중앙방역대책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열이 나는 확진자는 실제 확진자의 10% 수준”이라며 “무증상자가 많아 확산세를 막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은 상당히 여유분이 비축돼 있어 북한과 협의가 잘 이뤄진다면 백신 지원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 협력이 가장 절실한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변이 바이러스 모니터링에 대한 남한 의료체계 협력이 언급됐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영양 상태는 면역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요인”이라며 “북한은 식량 부족으로 많은 국민이 영양결핍을 겪고 있다. 감염병이 더 빠르게 퍼지고, 중증도가 심각하게 온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력이 낮은 국가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북한이 남한처럼 유전자 검사를 실시간으로 해서 변이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한에서 나서서 도울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는 중앙에서 공급되는 약품을 약국 격인 의약품관리소에서 보급한다. 약품을 빼돌려 장마당에 파는 그런 상황으로 추정된다”면서 “지금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인 것 같다. 사스, 메르스도 겪었지만 이런 감염병은 북한도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락다운’을 강화하게 되면 장마당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해온 주민들이 집밖에 나가지 못해 굶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식량 지원도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 지원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북한이 남한의 지원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망한민국”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코로나19 백신 공급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한 우회 지원을 제안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