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 되면서다.
올해 1분기 서울의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2만1091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만6452건과 비교했을 때 27.7% 늘어났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만건을 넘어섰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전체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낀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34.6%에서 38.7%로 올랐다. 4.1%p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 월세 거래량이 2만건을 이미 넘긴 만큼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 월세 거래량(7만5586건)을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올해 서울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절반을 넘어섰다는 결과도 나왔다. 직방이 등기정보광장이 발표한 서울지역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임대차 2022년 서울 임대차 중 월세 비중이 51.6%였다.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 기준의 등기정보광장의 통계자료 발표 이후 처음 나타난 수치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금리 인상 등이 월세화 가속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직방 관계자는 “전세매물 부족 등의 원인과 더불어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로 인한 금융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전세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부분이 있다”며 “자금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들이 임차시장에 유입되면서 월세 비중 증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이 오는 7월 말 시행 2년을 맞으면서 전세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년 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8월 쏟아져 나오게 된다면 전세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이른바 ‘임대차 3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계약을 2년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본인과 가족 등의 실거주가 아니라면 거부할 수 없는 제도다. 1회에 한해 사용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전월세 매물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전셋값은 급등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6일(오후 5시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4만1247건으로 한달 전(4만2458건)보다 2.9% 감소했다. 부동산 R114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나온 신규 전세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기존 갱신계약의 보증금 보다 23%(1억5461만원) 치솟았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이 분산 사용된 만큼 8월에 전세대란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청구원이 사용된 사례들은 8월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다. 제도 도입 이후로 분산 사용됐다”며 “8월에 집중적으로 전세대란이 폭발하는 등의 상황은 벌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그간 지적된 2중가격, 3중가격 문제는 계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