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피자요?”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고객으로부터 황당한 항의를 들었다. 고객에게 피자가 배달됐다는 것이다. A씨의 가게는 한식당이다. 고객은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을 수행한다는 단건배달로 음식을 주문했다. A씨와 고객은 일반배달보다 비싼 단건 배달료를 냈다. A씨는 단건배달이 사실상 단건배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울해졌다.
단건배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플랫폼들이 지역 배달대행업체에 단건배달을 일부 넘긴 ‘외주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배달의민족 배민1은 서울 중부(서울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종로구·중구·용산구)와 남부(강남구·서초구)에서 지역 일반배달대행(일반대행)에 단건배달 주문을 일부 넘겼다. 더욱 빠르고 안정적인 배달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었다.
문제는 일반대행 시스템이다. 일반대행 업체들은 지역 내 여러 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주문배달을 이행한다. 한 번 배달갈 때 비슷한 지역의 주문 3~4건을 묶는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건배달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성토가 일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대행 묶음 배달의 경우 1건당 3500원~4300원의 배달료를 받는다. 쿠팡이츠와 배민1의 단건배달료는 각각 5400원, 6000원이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5940원, 6600원이다. 이를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나눠 내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기우일까. 실제로 단건배달을 위탁받은 한 일반대행 업체는 지난달 19일 “단건 배송이 원칙이지만 우리는 일반 오더와 엮어 3개까지 진행할 수 있다”며 “대신 단건 오더를 먼저 완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시를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업체들은 일반대행에 위탁된 단건배달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1로 배차받을 경우, 해당 배달만 수행하도록 계약을 맺었다”며 “시스템상으로도 강제된다. 추가적인 배차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내용을 파악해 모두 정정했다”며 “현재는 단건배달이 온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 7일 저녁 단건배달 주문이 들어왔는데 일반대행 기사님이 오셨다. 기사님이 배차 현황판을 보여주며 ‘이 주문번호 음식을 달라’고 했는데 현황판에 이미 다른 주문 3건이 배차된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플랫폼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해 ‘단건배달에 일반대행 기사님이 오는 걸 원치 않는다. 차단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며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한다며 높은 배달료를 받는데 묶음으로 배달된다면 사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달 노동자도 편법적인 단건배달 상황을 지적했다. 지난 2019년부터 배달노동자로 일해 온 한 남성은 “최근 시정조치가 완료돼 시스템상 단건배달을 수락하면 기존에 배차된 묶음 배달의 주소지가 뜨지 않는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묶음 배달 주소가 보이지 않더라도 주문내역서에 기재된 주소를 확인하거나 주소를 미리 외워 배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연대는 지난달 28일 쿠팡이츠가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했다. 단건 배송을 100% 보장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배달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광고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단건배달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도 문제로 봤다. 묶음 배달 서비스로 주문한 소비자가 후순위로 밀려 늦게 배달을 받을 수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고의적으로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단건배달이 묶음배달로 이뤄진 증거를 모아 다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단건배달 외주화를 기업의 실험이라고 봤다. 배달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배달비를 줄이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지적이다. 프리랜서 배달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단건배달 1건당 금액은 일정하지 않다. 시간과 지역에 따라 적게는 3500원부터 많게는 1만2000원까지 들쭉날쭉하다.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단건배달을 위탁받은 일반대행 기사의 기본료는 5000원대로 전해졌다. 거리 할증 등이 붙으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일반대행 업체에 배달 외주를 맡기면 처음에는 정착을 위한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 수 있다”면서 “추후 삭감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도 플랫폼 기업이 변동가격제를 시행하다가 지역 일반대행에 외주를 맡겼다. 이후 배달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기본료를 사실상 삭감해 각지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은 외주를 맡겼다며 배달비 관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양상이 조만간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더 복잡하게, 더 안 보이게 [배달외주화 그림자②]에서 계속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