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노19) 관련 누적 발열자 수가 200만명을 넘었다. 지난 12일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한 지 8일 만이다. 코로나19 일파만파 번지고 있지만 북한은 정부의 방역 지원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20일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발열환자 수가 224만1610여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는 65명이다. 이 중 148만6730여명이 완쾌되고 75만481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신규 발열 환자는 지난 15일 39만2920여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16일 26만9510여명으로, 17일 23만2880여명, 18일 26만2270여명, 19일 26만3370여명으로 나흘 째 20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 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10세 미만 소아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소아 연령대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세계적 현상과 대조된다. 지난 18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 기준 북한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50명 중 10세 미만이 8명(16%), 11~20세가 7명(14%)으로 집계됐다. 61세 이상 사망자는 17명이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국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17일 0시 기준) 가운데 9세 이하는 0.09%(21명)다. 이를 두고 통계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외에 다른 전염병도 유행 중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은 19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북한에 홍역이나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상당히 퍼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발표하는 수치에 이런 수인성 전염병 환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감염뿐만 아니라 봉쇄로 인한 식량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모내기 일정과 통상 5월말~6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곡물생산량 감소는 내년까지도 식량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협력 관련 실무접촉 제안에 닷새째 응답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이 백신 지원 제안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응답을 거절 의사로 볼 수 있을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협력 제안 무응답 일관을 사실상 거부 의사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드시 거부 의사로는 볼 수 없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코로나19 대북 지원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이 아직 국제기구에 마음을 열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북 보건의료 전문가 신영전 한양대의료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조건 없는, 신속, 대규모 지원”이라며 “북한이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곳이 없어서 일 수 있다. 한국 정부조차도 ‘북한이 요청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요청 한다고 백신을 줄지 안 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응하기 쉽지 않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이런 조건을 다는 것 자체가 국제보건규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