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의 사례가 잇따른다. 부모의 도움과 관계없이 장애인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다.지난 23일 서울 한 아파트에서 발달장애 치료를 받는 5세 아들과 40대 엄마가 함께 자택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같은날 인천에서도 60대 여성이 30여 년간 돌봐온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딸만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돌봄 부담으로 가족이 장애인을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에서는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지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제주에서 한 여성이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해 4월에는 서울에서 한 여성이 4개월 된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했다. 6월에는 광주에서 발달장애 자녀와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지속 요구해왔다. 지난달 19일에는 장애인 부모 등 556명이 삭발식을 거행했고 다음날인 20일에는 장애인 부모 4명이 15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달장애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임 정부 정책 ‘재탕’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실질적인 세부 계획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은 사회 서비스가 부족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세상 떠나는 일들이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지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좌파 세력으로 몰고 가고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없는 세상에 내 자녀가 사람 대우 받고, 국민 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살아가길 바라는 게 좌파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회장은 “단식도 삭발도 하고 삼보일배 농성도 했다.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서도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장애인 가족들이 더 이상 세상을 등지지 않게 2차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해달라”고 촉구했다.
돌봄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지우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윤 대통령은 연일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한다. 그 좋은 나라 국민에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도 들어가는 게 맞나. 우리 존재를 알고 있긴 한건가”라며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앞에서 밥을 굶고 있어도 당장 국정과제에 공약 단 한 줄 넣고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나라에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은 내가 죄인”이라면서 “국가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내달 2일까지 일주일간 4호선 삼각지역(동대문역 방향) 1-1 승강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발달, 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이 동참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