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분양시장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청약 불패’ 서울에선 지난해 대비 미분양 주택이 5배 가량 늘면서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9.4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64.7대 1) 기록과 대조적이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20.9대 1(지난해 31.3대 1) △6억원 이하 9.2대 1(17.3대 1) 등 대부분의 가격대에서도 하락했다. 올해 전체 경쟁률은 지난해 19.5대 1보다 낮은 11.5대 1이다.
청약 미달 사태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올해 1월~4월까지 공급된 124개 분양단지 중 25%에 해당하는 31개 단지에서 미달 세대가 발생했다. 지난해 대비 7.7%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121개 분양단지 중 21개 단지(약 17.3%)에서 미달 세대가 나온 지난해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약불패’라고 평가받던 서울에서 미분양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4월 말 기준(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360가구다.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2배 늘었고 지난해 4월(76가구)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 미분양 물량이 과거 소형 평형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중·대형 평형에서도 속출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미분양된 주택은 평형별로 △전용 40㎡이하 132가구 △전용 40~60㎡ 149가구 △전용 60~85㎡ 79가구 등이다. 소형 평형 기피현상 분위기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98.6%가 전용 60㎡ 이하에서 나온 지난해 4월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가 미적용된 강북구 등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한것에 대한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3.3㎡당 3249만원으로 주변 평균시세(최근 2년 기준 2440만원)과 비교했을 때 30%가량 비쌌다.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도 청약 당첨자 18명이 분양권을 포기했다.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청약 당첨자의 42%가 계약을 포기해 내달 2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고금리 영향에 더해 각종 대출 규제도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대출 규제는 여전히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구매자 입장에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주택 구매 수요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방안을 6월 발표할 계획이다. 분양가에 정비사업 이주비 및 원자잿값 상승분을 반영하는 등 산정 방식을 합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집값 상승선도 지역과 정비사업 이슈지역인 서울과 수도권 322개 동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바 있다.
분양가상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자 분양가 책정에 난항을 겪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은 이번 개편안 발표 이후로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수도권 34%(1만1180세대), 지방 66%(2만1772세대)로 수도권 공급 물량이 비교적 적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