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청년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고점인 집값인식,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당장 시장의 변화가 나타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먹거리·생계비·주거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거분야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 및 다주택자 거래세 부담 경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와 청년층 등 대출규제 완화 등이다.
가장 주목받은 대출규제 완화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청년, 신혼부부 등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가 기존 60~70%에서 80%까지 높아진다. 3분기부터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서울 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기존에는 3억원(LTV 60% 적용)까지만 대출받았다면 올해 3분기부터는 4억원(LTV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장래소득 반영 폭을 늘려 청년층 대출이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했다. DSR이란 1년 동안 갚아야하는 대출이자와 대출 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청년층은 현재 소득이 낮게 잡혀 대출한도가 불리하게 책정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미래소득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만들고 주거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며 취약계층 중심 원리금 상환 부담과 주거비 부담이 확대됐다. 또 규제 중심의 수요관리 제도 등으로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그간 규제 등에 따른 과도한 중산·서민층 주거 부담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택 가격에 대한 고점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내집마련’에 숨통이 트일지는 의문이다. 김은갑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여부를 떠나 지난 수년간 주택가격 상승폭이 컸던 점이 근본적인 제약요인”이라며 “소득증가 대비 주택가격 상승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LTV, DSR 규제를 완화해도 과거대비 크게 높아진 원리금상환 부담을 감내해야 주택구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금리까지 상승하고 있어 주택구입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다섯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0.05%에서 1.75%로 상승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현재로서는 금리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그다지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DSR 완화 정책으로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가계부채가 186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급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증가한 상황에서 DSR 강화를 하지 못할망정 사실상 완화효과를 주는 이런 대책을 제시해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서 이사는 “LTV를 올리고 DSR에 장래소득을 반영한다고 해서 (가계대출 악화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차주 입장에서 알아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핵심 문제는 주택담보 대출을 받고 신용대출을 받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갭투자로 집을 사는 것”이라며 “신용대출 등 갭투자 규제가 핵심인데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