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 되며 청문회 논의가 지연되는 탓이다.
복지위 공백 9일째… 김승희, 청문회 패싱 현실화되나
7일 국회 상임위 공백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21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여야가 법사위원장‧국회의장 배분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원 구성 논의를 결론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후보자의 청문회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위원장은 물론 위원들도 부재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없다.
이에 ‘선(先)임명‧후(後)인사청문회’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송부된 지 20일이 지나면 이후 열흘 내에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전재희 전 복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다만 상임위 구성이 되지 않아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단이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를 꾸리면 청문회를 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정하며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치매’ 등 막말 논란을 시작으로, 로펌 고문료에 따른 이해충돌, 갭 투자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아빠 찬스’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한 정호영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보다 ‘심각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막말 등으로 그 함량 미달이 정 전 후보자보다 더 심각하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임명을 강행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분명히 입증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청문회 패싱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원구성이 안 되면, 행정부에서 임명을 해도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대면 진료 찬성하는 김승희, 보건의료계 반응은
보건의료계는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긍정적인 만큼 정책 수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8년 9월 보건의료 전문지와의 간담회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민주당이 ‘의료민영화’를 핑계로 반대해온 탓에 무산돼 왔다”며 “인구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 원격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 관한 보건의료계 반발이 상당해 임명되더라도 이해집단 조율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비대면 진료가 정착되는 것이 의료 상업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원격 진료가 제도화될 경우 영리 업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영리 기업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 국장은 “김 후보자는 의약품‧의료기기 업체들의 규제 완화에 집중해왔다. 국민의 안전, 생명 보다 업체 규제 완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조건을 만들었던 후보자”라며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돼서 비대면 의료를 추구한다고 했을 때 그 방향성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장관 후보자의 의료계 현안에 관한 입장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청문 특위 구성 등 민주당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며 “의료계 현안 등을 들을 수 있는 청문회를 패싱한다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비대면 진료’에 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후보자와 연결해서 볼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무분별한 플랫폼 진료를 진행하는 지금과 같은 비대면 진료 모델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대의원총회에서 비대면 진료 논의 필요성에 관해 찬성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앞으로 비대면 진료 시행에 관해 적극적으로 논하겠다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지극히 보조적인 수단으로는 이용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