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애니메이션·타 게임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과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IP가 만나면서 발휘되는 시너지 효과로 유저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엔씨소프트는 6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에 일본 만화 ‘베르세르크’와의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베르세르크는 지난해 타계한 故 미우라 켄타로 작가의 대표작이다. 중세풍의 어두운 판타지 세계관과 수려한 작화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켄타로 작가가 작고한 후에는 스튜디오 가가와 모리 코우지 만화가의 검수로 연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리니지W에는 원작 기반 극장판 애니메이션 ‘베르세르크: 황금 시대편’과 ‘베르세르크 TV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추가된다. 사전 공개된 영상과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베르세르크 컬래버레이션은 새로운 스토리 배경과 더불어, 이벤트 던전, 변신 및 마법인형 스킨을 조명할 예정이다.
엔씨 관계자에 따르면 “베르세르크의 다크한 세계관과 처절한 리니지W의 스토리가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계기로 다양한 이용자들이 리니지W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넥슨 역시 최근 다양한 컬래버래이션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PC MMORPG ‘테일즈위버’에 유명 애니메이션 ‘보노보노’를 결합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번 신규 콘텐츠는 파도에 떠밀려 테일즈위버 세계로 오게 된 ‘보노보노’ 일행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용자들은 보노보노의 대표 캐릭터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등이 주는 다양한 퀘스트를 진행하고, 여러 가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다수의 인기작을 보유한 넥슨은 자사 게임IP 간의 컬래버래이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카트라이더’에 ‘마비노기’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많은 호평을 얻었다. ‘마비노기’ 게임 속 마을 티르 코네일과 이멘 마하, 메인스트림 G3의 최종 결전 장소인 바올 던전이 레이싱 트랙으로 구현됐고, ‘나오’, ‘모리안’, ‘키홀’ 등의 등장인물이 캐릭터로 등장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마비노기 티르 코네일 트랙이 트랙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다른 마비노기 트랙들도 모두 트랙 점유율 상위에 랭크됐다. 다수의 이용자는 마비노기 특유의 BGM이 카트라이더에 잘 녹아들었다고 호평했다. 넥슨 측 관계자는 “자사에 다양한 IP를 활용해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이용자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명 IP와의 협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과 '소닉 더 헤지혹'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소닉이 등장하는 이벤트 던전이 추가됐다.
게임에 등장한 소닉은 글로벌 이용자에게 많은 호평을 얻었다. 업데이트가 진행된 9월, 쿠키런 킹덤은 일본과 미국은 물론 영국, 캐나다, 프랑스, 브라질 등 영어권과 유럽 국가 이용자 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2021년 10월에는 910만 명 이상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서 비롯된 흥행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상반기 매출 순위 하락으로 인해 6만 원대로 하락한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는 소닉 컬래버래이션으로 이후 18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벤트성으로 유명 IP와의 협업을 통해 단기간에 게임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은 긍정적”이라면서 “신규 이용자 유입도 수월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연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무분별한 협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IP가 잘 팔리니 일단 한 번 가져오자’라는 주먹구구식의 발상은 위험하다”면서 “예를 들어 ‘귀멸의 칼날’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FPS(1인칭 슈팅게임)에 해당 캐릭터를 추가하면,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성보다는 콘셉트에 맞는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리니지W와 베르세르크의 사례는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랜 기간 협업을 진행할수록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며 게임 자체의 체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