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파티를 벌인 ‘파티게이트’ 사건 이후 사퇴 압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또다시 생사기로의 위기를 맞았다. 핵심 장관 두 명 등 내각 직책을 맡은 고위직들이 줄사표를 냈고 신임투표를 다시 치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에 직면한 매우 중요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측근들에게 “(총리직을) 그만두면 혼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티게이트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신임 투표를 겨우 통과했다. 존슨 총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번엔 그가 성 비위 인사를 당내 요직에 앉히면서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지난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원내부총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핵심 장관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부 장관이 거의 동시에 사임하고 이후 수십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로이터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40명 이상의 관료가 사퇴하고 다수의 보수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내각 붕괴 수준의 줄사퇴로 정부 운영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수당은 총리 신임투표로 존슨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신임 투표를 겨우 통과한 존슨 총리는 12개월간 재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한 번 더 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이날부터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11일 신임투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로이터에 “총리가 무너진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버틸 수 있다고 착각에 빠졌다”며 “존슨 총리는 보수당과 유권자들을 모욕하고 멸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안 블랙포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가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퇴를) 결정하지 않으면 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최측근으로 꼽힌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을 해임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고브 장관은 존슨 총리에게 사퇴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해 왔다.
옹호의 목소리도 나온다. 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체육부 장관은 “존슨 총리는 계속해서 싸우기를 원한다”며 “그는 계속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