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사에 대한 5대 종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12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전쟁기념관)에서 발달장애인 참사에 대한 5대 종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부모연대가 오전 11시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제사를 진행한 뒤 열렸다.
올해 들어 8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시도했거나, 부모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반복됐다.
지난 5월23일,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어머니가 중복장애가 있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한 사건은 5월17일 전남 여수시, 5월30일 경남 밀양시, 그리고 6월3일 경기 안산시에서 반복됐다.
5대 종단은 입장문을 통해 “발달장애인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지원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발달장애인 참사 발생 이후 부모들이 지난 5월26일부터 삼각지역에 분향소를 차려놨지만 집무실 바로 옆에 있음에도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는 분향소를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국가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를 지금 당장 구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또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재 시각은 23시 59분이다. 우리의 삶이 무너져내리는 동안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더이상 울지 않겠다. 추모하지 않겠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기에, 이제는 ‘정치의 시간’이다. 국회가 국회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 김영주 목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게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장애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그들만의 책임일 수 없다”면서 “옆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가 그들을 관심 밖으로 밀쳐버렸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이어 “OECD 가입국 중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즉각 제도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김종화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인간과 피조물이 연결 돼있고 관계를 맺고 있다는 통합 생태론을 항상 강조하신다”면 “우리 사회는 남녀,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나뉘어 파편화되고 분절화돼있다. 그러나 모두 함께 연결돼있고 관계를 맺고 있다. 차별과 배제 속에서 소외당하는 발달장애인도 함께 존엄하고 수평적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는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과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대표 발의)이 여야 약 170여명 의원의 공동으로 발의됐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국회 내 발달장애인 참사 특위가 설치되며, 특위는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을 점검하고,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 범정부 차원의 개선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