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첫 ‘과학방역’ 결과물을 내놨다.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실내 마스크 착용, 확진자 격리의무와 같은 현행 방역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겨울 넘기면 내년엔 다른 세상 살 것”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독감 경보를 내려도 국민들이 큰 신경을 안 쓰듯 우리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훨씬 다른 세상에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충분히 우리 손에 있기 때문”이라며 “마스크 착용, 개인 위생, 불필요한 모임 자제 등만 잘 지킨다면 코로나19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경제‧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내놓은 이번 방역대책은 제1차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결과다. 자문위는 윤 정부가 공언한 ‘과학방역’을 뒷받침하는 기구다. 민간 전문가가 모여 과학방역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자문위 수장을 맡은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마이크를 쥔 정 위원장은 “과학은 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과학방역은 근거 중심의 방역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근거나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단지성으로 결론을 내겠다. 그것도 하나의 과학적 근거라고 의학에서는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안정적인 코로나19 검사 체계 점검‧운영 및 신종 변이 감시체계 강화 △중증‧고위험 대상자에게 4차 추가접종 권고 △패스트 트랙 활성화 및 고위험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감염 발생 대응 전달체계 강화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현행 유지 △격리의무‧마스크 착용 방역조치 현행 유지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밖에도 △개량백신‧치료제 충분한 확보 △지역 보건의료 자원 점검 △현장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현장 점검 및 모의훈련 통해 제도 작동 점검 등을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조치를 유지하라고 조언한 배경에 대해선 “코로나19 초기엔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방역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거리두기보다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가 면역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국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거리두기를 지금 시점에서 시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거리두기는 가장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을 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자문위 논의를 거쳐 나온 ‘근거 있는 방역 대책’인 만큼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재유행은 전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없는 첫 번째 유행이다. 무엇보다 국민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하다”며 “정부도 충분한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근거 기반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속하겠다. 백신접종과 방역수칙 준수에 참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격리의무‧실내 마스크 O 거리두기 X
방역당국은 이번 재유행 대응책이 감염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일상회복의 기조는 유지하며, 방역·의료체계를 중심으로 대응하여 위중증과 사망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감염취약계층은 더욱 강하게 보호하고자 한다.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치료제도 적극 투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접종 대상을 60세 이상‧면역저하자에서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범위를 늘리기로 했다. 감염취약시설의 경우 기존의 요양병원·요양원 입원·입소자에서 장애인 시설과 노숙자 시설까지 포함한다. 단 49세 이하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4차 접종은 불가능하다.
50대 이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한 것에 대해 “50대는 기저질환율이 높고 치명률 역시 40대 이하에 비해 높다. 3차 접종 후 4개월 이상이 경과한 사람이 96%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해 중증화와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4차 접종 대상에 포함했다”며 “미국, 호주도 50대 이상을 4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 참여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이전과 같은 전국민 대상의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은 지금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단지 재유행 예측 범위 내에서 치명률이 증가하는 등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엔 감염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적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사회 대응은 법적 의무화보단 국민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 참여로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도모해 간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별개로 확진자 격리의무, 실내 마스크 착용 방역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확진자 격리의무 및 실내 마스크 착용 등 남아 있는 최소한의 방역조치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현 상황을 평가한 결과 6개의 지표 중 2개만 달성하여 격리의무 전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