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에서 국내 청자 도입과정을 엿볼 수 있는 ‘벽돌가마’가 다시 한 번 더 확인됐다.
고창군은 전라북도 기념물인 반암리 청자요지 2차 발굴조사에서 새로운 벽돌가마 1기와 진흙가마 5기, 건물지, 공방지 등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는 지난해 1차 발굴조사를 통해 벽돌가마(전축요) 1기, 진흙가마(토축요) 4기, 건물지 2동 등이 확인됐다.
청자요지에서 발굴된 유적은 10세기 후반부터 운영된 벽돌가마에서 진흙가마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층위별로 드러났고, 대형건물지가 확인되는 등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기념물(2022년1월14일)로 지정됐다.
올해 2차 발굴조사는 초기청자 가마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남쪽과 서쪽 구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고, 새로운 벽돌가마 1기와 진흙가마 5기, 건물지, 공방지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벽돌가마는 경기도 시흥의 방산동, 용인 서리, 전북 진안의 도통리 유적 등에서 모두 1기만이 확인됐으나,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에는 벽돌가마가 최소 2기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진흙가마도 잔존상태가 양호하고, 특히 3호 가마는 잔존높이가 최대 1.2m에 달하고 5차례 이상 보수해 사용한 흔적이 드러났다. 아궁이(火口)는 석재를 이용해 축조했는데, 내부의 재를 빼내기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2호 가마에서는 천정을 쌓아 올리기 위한 원형의 보조목(나무 구조물)이 확인됐고, 5호 가마에서는 청자의 초벌칸이 밝혀졌다.
벽돌가마 상층에는 3호 진흙가마가 위치하고, 그 위로 4호 진흙가마가 들어서 있는데, 이는 1차 발굴조사 양상과 유사하다. 이 같은 중첩양상은 다른 유적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는 ‘아파트형 가마터’로 불리기도 한다.
건물지는 벽을 돌로 쌓아 올린 석벽건물로, 규모는 정면 2칸에 측면 1칸으로 추정되며, 주간거리는 4m 정도이다. 다듬은 돌을 눕혀 쌓은 후 진흙을 발라 마무리했는데, 최대 8단(높이 1.2m)까지 남아있다. 건물지에서도 평기와가 다수 출토됐다.
유물로는 청자류, 갑발류, 기와류, 도기류가 출토됐다. 청자는 가장 이른 형식인 선해무리굽부터 중국식 해무리굽–한국식 해무리굽–퇴화 해무리굽이 모두 확인돼 시대별 변화상을 보여준다. 명문이 새겨진 기와편과 갑발 등이 확인돼 추후 반암리 청자요지의 운영시기, 성격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창 반암리 청자요지는 지금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벽돌가마 2기, 진흙가마 9기 등 총 11기의 초기청자 가마가 확인됐다. 이는 우리나라 초기청자 가마터 중 최대 규모로, 반암리 청자요지에서 국내 도입된 초기청자가 대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길이 9m, 높이 1.2m가 넘는 석벽건물은 지금까지 다른 유적에서는 보고된 바 없어 학술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이종민 충북대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는 “우리나라 초기청자의 지방 확산 및 기술이전을 알 수 있는 의미와 함께 벽돌가마(전축요)에서 진흙가마(토축요)로 이행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며 “잔존상태가 좋아 학술적 가치가 크므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 관리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반암리 청자요지 발굴성과가 놀랍고, 가장 이른 시기의 청자를 생산한 벽돌가마와 진흙가마를 비롯해 공방지와 특수한 건물지 등 복합시설이 함께 확인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유적 보존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승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창=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