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농촌기본소득’ 농민수당과 무엇이 다른가

[편집자시선]‘농촌기본소득’ 농민수당과 무엇이 다른가

송하진 전북지사 시절 전국 최초로 만든 농민수당 매년 가구당 60만원 지급
김관영 지사 정치적 입지 위한 ‘민주당 대표 공약 지원’ 작업이라면 멈춰야

기사승인 2024-10-28 11:56:30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이 한 언론의 기고를 통해 ‘농촌기본소득이 지방소멸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기본사회’로 나아가는 실천 방안의 선도 정책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의 ‘소멸위기’는 저출생, 인구감소, 고령화가 주요 배경이라며 농촌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 뒤따르는 것이 복지 인프라의 절대 부족이고 복지 인프라 부족은 농촌주민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 시점에 전북자치도가 ‘농촌기본소득’ 선도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며 농촌기본소득은 ‘지역사회 유지 역할’에 대한 농촌주민의 ‘기여 보상’ 성격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기고는 본보가 [편집자시선]을 통해 ‘전북연구원의 농촌기본소득 연구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전북연구원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전북자치도는 정부와 여당에 ‘예산 구애’를 하는 ‘이중적 행보’가 유감이라는 지적에 대한 변명으로 보여진다.

사실 ‘기본소득’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시행을 시도해 보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산, 소득, 노동 여부 등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소득 불평등을 어느 정도 시정하고 불안정 노동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며, 모두에게 지급하다 보니 현재의 선별적 복지 정책보다 행정 절차가 간단하고 투명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이 도입을 주저하는 데는 장점만큼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소요가 크다는 점이다. 재원 조달을 위해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물가 인상을 초래해 결국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고,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가부터 개인이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근로를 중단하는 등 근로 동기를 약화시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거나 기본소득과의 병립 방식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기본소득제도로 현재의 사회보험과 연금, 사회서비스 등을 대체하는 것이 빈곤과 불평등 감소에 효과적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원해 특별한 수요가 있는 장애인 등의 수요를 반영하지 않아 공공 재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하고 소득 불평등을 높일 것이라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스위스에서 2016년 6월 5일 전 국민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스위스 국민은 찬성 23%, 반대 77%로 부결시켰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정부 지출의 세 배가 넘는 248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국민들은 공짜 돈 나눠주면 통화 증발로 물가 불안을 초래하고 시장경제의 가치 배분 기능이 교란될 것이라며 반대를 택한 것이다. 이후 선진국에선 좌파들의 무책임한 기본소득 주장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농도인 전북의 민선 6∼7기 도정의 제1과제는 ‘삼락농정(三樂農政)’이었다. 당시 송하진 도지사는 삼락농정위원회가 출범시키고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했다. 위원회는 농민단체와 소비자 단체, 현장 농어업인, 농협 등 농업 유관기관,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농정의 주요 현안 의제와 정책을 발굴하고 실천 방안을 공동 모색했다.
 
전북은 이를 통해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농산물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시장가격과 차액을 보전해주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했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소득 보전 차원에서 2020년 농민 공익수당을 전국 최초로 신설 지원했다.

‘농민수당’은 농촌 공동화와 농민 감소로 지역 소멸을 위협받는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농업정책으로 평가받았고, 한때 지급 방식 이견으로 농민단체와 논쟁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급 대상을 양봉농가와 어가까지 확대해 매년 가구당 60만원씩 추석을 앞두고 지급하고 있다. 농정정책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러나 김관영 지사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농정 협치 기구로 자리매김한 ‘삼락농정위원회’를 ‘농어업·농어촌위원회’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잘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를 계승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지 효율화를 내세워 축소하고, 기존의 농민 보상체계인 농민수당이 있는데 이를 발전적으로 보완할 구상은 없이 ‘농촌기본소득’을 들먹이는 것은 행정의 비효율과 행정력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혹시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약에 부합하고, 소위 ‘자기 브랜드’를 위한 작업이라면 멈추는 것이 합당하다. 

지난 10·16 전남 곡성군수와 영광군수의 재보궐선거에서도 기본소득이 등장했다. 당선된 조상래 곡성군수는 군민 모두에게 매년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장세일 영광군수는 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 민간업체의 이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군민 평생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매년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곡성군의 기본소득은 퍼주기와 모양새일 뿐 주민들에게 실효적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방식과 형식은 다르지만 주민들에게 일정의 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북연구원이 연구한다는 ‘농촌기본소득’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농민수당’과는 어떻게 차별화될지, 전북지역에 상당수 차지하는 도시 빈민들과는 역차별이 없을지,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나 지원금은 큰 틀에서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재원 마련이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중앙정부 지원도 갈수록 줄어드는데 ‘농촌기본소득’을 만들고 재원 마련을 위해 다른 복지적 혜택을 줄인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시도가 아니며 ‘눈 가리고 아옹’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 공짜 돈을 좋아하는 국민이 많은 사회는 후진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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