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헌혈증은 환우회가 지난 20~21일 '광화문 원팀 헌혈 캠페인'을 통해 모은 것도 포함하고 있다.
'광화문 원팀'은 지역에 기반을 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 실천 공동체로 언론재단을 비롯해 KT, 서울시, 종로구청, 행정안전부, 종로경찰서, 라이나생명, 세종문화회관, 매일유업, 법무법인 태평양, 한국의학연구소(KMI), 한국무역보험공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서울YMCA, 법무법인 세종, LX인터내셔널, 서울관광재단 등 18개 기관·단체·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헌혈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도 젊을 때 예비군 훈련 하루 놀려준다고 해서 몇 번 헌혈한 것 말고는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한국기자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일할 때 언론계를 대표해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그 중요성을 알게 됐죠. 특히 2012년부터는 헌혈증진소위원장도 겸했는데, 제가 헌혈을 하지 않으면서 헌혈 증진 방안을 심의 의결한다는 게 민망하더군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헌혈을 하게 됐죠.”
- 횟수도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몇 년간 이어진 건가요.
“전산화 이후 헌혈 기록은 전혈 7회, 혈소판혈장다종헌혈 41회, 혈장성분헌혈 81회 등 모두 129회에 이릅니다. 2012년 6월 4일부터 지난 7월 20일까지 10년 남짓한 기간이니 평균 한 달에 한 번꼴이죠. 해외 여행이나 코로나 백신 접종 등 헌혈이 제한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2주마다 하려고 합니다.”
- 이번에 한꺼번에 기부한 이유가 있습니까.
“언젠가는 필요한 사람에게 헌혈증을 기부할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와 가까운 사람 가운데 수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없어 거의 빼놓지 않고 모을 수 있었죠. 제가 헌혈을 자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 임원이 재단 홍보에 활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더군요. 그래서 기왕이면 그동안 모은 헌혈증을 기부하면 더욱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광화문 원팀으로 확대하기로 한 거죠.”
- 헌혈의 필요성을 강조하신다면요.
“헌혈은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과 시간을 들여 할 수 있고 일석다조의 효과를 지닌 나눔 실천입니다. 그 자체로도 혈액이 필요한 사람들 돕는 일일뿐 아니라 헌혈증으로 나중에 급할 때 수혈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헌혈증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이중의 기부인 셈이죠. 셋째, 헌혈 전에 체온·혈압·맥박·철분 수치를 재고 헌혈 뒤 총단백·간염·매독 등을 검사해주니 간이 건강검진을 수시로 할 수 있습니다. 넷째로 문화상품권이나 여행용품 세트 등의 기념품과 과자 음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앞으로도 계속 실천할 생각이십니까.
"헌혈 정년인 만 69세까지 계속해 200회를 달성 '명예대장'을 받아 보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죠. 학교에서 4시간 봉사점수를 주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공가를 주어 직원들이 적극 헌혈에 나서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무나 헌혈을 할 수 있습니까.
“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자 의무입니다.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할 수 있을 때 하시고, 가급적 일찍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요즘 코로나 환자가 다시 늘고 외국에도 많이 나가고 있어 혈액 부족 사태가 다시 올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나눔의 실천은 곧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희용씨는 30여 년간 기자로 활약하며 미디어와 다문화 등의 분야에서 필명을 날린 언론인이다. 미디어과학부장, 동포다문화부장, 선임기자 등을 역임하고 한민족센터 고문을 끝으로 2020년 6월 정년퇴임한 뒤 지난해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부임했다.
한편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대체할 수 없다. 큰 수술을 받거나 출혈이 심한 환자도 수혈이 필요하지만 특히 백혈병이나 골수암 등의 환자들에게는 혈소판 제제 등을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헌혈증이 있으면 한 장당 혈액 400cc나 혈액제제 한 팩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되는 혈액제제라면 본인부담금만 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십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몸안에서 스스로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환자들은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헌혈증을 구하러 다닌다.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라 헌혈증 매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