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우) “모르겠네요. 어쩌면 그 금강이 사기 치는 거일 수도 있고...그 진실이 뭐냐고 의뢰인을 추궁하듯이 너무 그러지 마요. 나까지 잘릴라...아 그때 그 상정약품 회장님한테도 심기 거스르는 소리 하다가 잘렸잖아요. 무슨 우당탕탕 우영우도 아니고….”
(우영우) “이...이 권모술수 권민우가!”
□ 자신이 가진 힘(權)과 속이는(謀) 재주(術數)로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5화 대사입니다.
우영우와 권민우 변호사는 같은 사건을 맡게 됩니다. 정명석 변호사가 권민우에게 우영우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라고 하자 그는 의도적으로 의뢰인 미팅 직전까지 우영우에게 숨기죠.
우영우가 이에 대해 따지고 자료 공유를 요청합니다.
“싫다. 라이벌인데 내가 왜 그래야 하냐.”
그리고 이어진 재판. 노회(老會=경험이 많고 교활)한 권민우에 일방적으로 당한 권민우와 설전에서 맞받아치는 우영우의 한마디.
“이 권모술수(權謀術數) 권민우가!”
어느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교사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화를 본 학생을 대상으로 우영우의 통괘한 대사 ‘권모술수’ 뜻을 아느냐고 물었답니다.
대답한 18명 중 14명이 ‘모른다’라고 답했습니다. 77%가 모르는 거죠.
교사가 ‘권모술수 한자를 쓸 줄 아냐’고 묻는 것은 아니죠. 관용구 이해처럼 뜻을 아느냐는 질문이었죠.
그렇다면 뜻을 모르고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할까요? 연기자의 표정이나 어감, 어투 등으로 “아 저 말은 밉상 권민우를 공격하는 의미겠구나”로 받아들이죠.
뭐 ‘권모술수’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만...그렇지만...아무튼 연인에겐 들키지 마세요.
이 ‘권모술수’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모(謀)’자입니다. 말(言)과 사람을 뜻하는 모(某)가 합쳐진(言+某) 건데요. 요즘 속어로 얘기하자면 “아무 말이나 막 던져” 이런 의미겠습니다. 某가 ‘아무(에게나)’를 뜻하거든요. 자기 이로운 말로 상대를 홀리는 거죠.
그런데 권력(勸力=힘) 쥔 사람이 ‘아무 말이나 막던지’면 어찌 되겠습니까? 막 던지는 순진함(?)에 더해 술수(術數)까지 더해진다면요? 이 술수에 당하는 처지에서는 '음모(陰謀)'일 테고, 펼치는 입장에선 ‘계략(計略)’이겠죠? 지도자가 이러면 나라가 엉망 되는 겁니다.
권민우는 우영우를 대할 때 상대를 속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아요. 자신의 이기적 목적에서죠. 권모술수가 횡횡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국가가 될 수 없겠지요.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너는 권모술수 ○○이야” 하지 마세요. 뺨 맡습니다.
權: 저울추 권
謀: 꾀할 모
術: 수단 술
數: 셀 수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