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인기 콘텐츠 IP가 생겨나며 이에 기반을 둔 드라마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원작이 인기여도 드라마 성패는 확연히 갈린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 원작이 있는 작품은 KBS2 ‘미남당’과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SBS ‘오늘의 웹툰’이다. ‘미남당’은 웹소설 ‘미남당 사건 수첩’,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오늘의 웹툰’은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다. 지난주 종영한 KBS2 ‘징크스의 연인’ 역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인기 원작, 드라마 성공 담보하진 않아
이들 드라마 모두 무난한 성적을 보인다. ‘미남당’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7%로 시작해 4~5%대를 오가고 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3.9%로 출발해 2회 5.1%로 훌쩍 올랐다. ‘오늘의 웹툰’은 1회 4.1%에서 4회 3.1%로 떨어졌다. ‘징크스의 연인’은 3.9%로 시작했으나 2%대를 기록하다 마지막 회에서 3%로 올라섰다. 원작 인기가 드라마로 이어지진 않은 모양새다.
업계에선 “원작보단 결국 만듦새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호평을 얻을 수 없다. 드라마와 웹툰, 웹소설이 다른 성질의 콘텐츠인 걸 이해하고 드라마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의 인기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리메이크도 마찬가지다. 앞서 스페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원작과 지나치게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계자는 “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건 철저한 분석과 현지화가 관건”이라면서 “원작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지점이 필요하지만, 차별화에만 급급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패러디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성공 거두는 드라마도 많아… 원작 활용이 관건
원작에 기반을 둬 큰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쿠팡플레이 ‘안나’, 애플tv+ ‘파친코’는 작품이 흥행하며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드라마 인기가 역수입되는 현상을 보였다. 티빙 ‘유미의 세포들’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연출로 호평을 얻었다. SBS ‘사내맞선’·‘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원작 웹툰을 살리면서도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호흡 등이 입소문을 타며 성공을 거뒀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D.P.’는 시즌1이 호성적을 거두며 시즌2 제작에 돌입했다.
결국은 원작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작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인기가 검증된 콘텐츠라는 게 강점이다. 일정 부분 재미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반면 원작이 가진 개성이 강한 건 약점이다. 원작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거나 원작과 너무 똑같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작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예는 ‘유미의 세포들’이다. 원작을 따르면서도, 원작 팬들의 반발이 심했던 바비 에피소드에 변주를 줘 드라마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 평론가는 “시청자 정서를 고려해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과 변형하는 것 사이에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