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현 비상상황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는 사퇴 주장에 대해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며 의원들 간 큰 이견이 없다고 일축했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비대위 체제를 꾸리며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사적 문자 유출’ 등을 통해 당내 비상상황을 야기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그가 지난달 27일 사적 문자 유출을 한 후 이준석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텔레그렘 내용엔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적혀 있었고 권 원내대표는 해당 유출에 대해 즉시 사과했다. 당내에선 이후 최고위원들이 사퇴했고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통해 당시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당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직을 내려놓지 않는 행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비상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리 높였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원내대표의 말실수와 사적 대화가 담긴 텔레그렘 유출로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약화된 상황은 해당자가 책임을 지면 되는 거지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최고위원 자진사퇴로 비상상황을 야기해 자의적 비대위 전환은 당원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며 “‘윤핵관’으로 불리는 선배들도 총체적 복합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성찰하고 정권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돼 실질적인 2선으로 물러나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 등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말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 일각에선 절차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원들 중 법조인 출신이 있다 보니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하는 게 절차적으로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권한대행은 내려놓으면서 원내대표직은 유지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며 그를 옹호했다.
그는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각의 권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과 대통령실 가교 역할을 고민할 때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가 일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에 정치 관계가 얽혀있으며 내부에선 큰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바라봤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 체제로 가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대결 구도에 들어갔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어떤 논리적 근거로 말하는 게 아닌 정치적 주장이다”라며 “(사퇴 압박엔) 정치적 역학관계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