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병원 밖으로...간호사들이 떠난다

수도권으로, 병원 밖으로...간호사들이 떠난다

“의료기관 유형 간 임금 격차 줄여야”

기사승인 2022-08-24 13:44:43
서울 한 대학병원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말 서울아산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책임간호사가 급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당시 병원에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숨진 간호사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고(故) 현은경 간호사가 병원 화재 현장에서 끝까지 환자를 지키다 숨졌다.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사 적정수급 방안 토론회’가 24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강선우 의원, 서영석 의원, 최종윤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최연숙 의원 주최로 개최됐다. 주관은 대한간호협회다. 

간협이 발간한 ‘2021 간호통계연보’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수 지역간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광주는 6.1명이었으나, 충남은 2.8명, 세종 2명으로 2배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전국 평균을 밑도는 지역은 2011년 7곳에서 지난 2020년 8곳(세종 제외)으로 늘어났다. 

지역에서 배출된 간호사들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수도권 대 지방대학 간호대학 졸업생 비율은 2:8로 지방이 월등하게 높다. 그러나 큰 임금격차와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지역별 간호사 수급불균형은 더 확대되고 있다.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의 간호대학 졸업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는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 간호대학 졸업생은 인구 10만명당 100.2명으로 OECD 국가 중 호주, 스위스에 이어 3번째로 높다. OECD 평균 44.5%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지난 2019년 기준, 간호사 면허취득자 중 활동간호사 비율은 51.9%로 OECD 평균 70% 대비 최저수준이다. 높은 이직률과 단기근속이 주된 이유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유휴인력 감축, 근로조건 개선, 교육 질 향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의사와 간호사 임금 차이가 공정한 체계가 아니라고 본다. 근로자 평균임금대비 간호사와 의사가 어떻게 받는지를 살펴보면, 한국 간호사는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 의사의 임금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역,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의원 등 의료기관 유형 간 간호사 임금 격차를 줄이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공통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지금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가 많이 해지되고 있지만 간호인력이 없어서 병동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급성기 필수의료제공 지역거점병원은 대형병원과 요양병원 사이 어중간한 형태로 기피 근무지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병원은 간호사 정원 기준을 늘리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강제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또 표준적 급여체계 도입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조합 기획실장은 “코로나19 의료재난 시기 간호인력 소진, 탈진이 이미 임계치를 넘은 상황이다. 더 이상 이런 방식의 인력 운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수를 법적 기준으로 명시하고 간호사 표준임금제도, 표준근로조건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나 고대구로병원 간호팀장은 “고대 구로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내과 병동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간호인력이 팀을 이루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제도로 가족의 간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사업) 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력구조(간호사 1:6, 간호조무사 1:30)로는 환자들을 보호자 없이 돌보기에 부족하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운영을 위해서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인력 동반 상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간호인력 근무여건 도입을 위해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 과장은 “간호사 교대 근무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교대 근무제는 간호사들로 하여금 본인이 원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병원들이 이 제도가 익숙지 않아 참여 자체를 주저하는 부분이 있는데 하반기에는 더 많이 모집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애로사항도 고려해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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