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도 진료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국회에서 남인순·최연숙 국회의원 주최, 대한간호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병원 내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환자안전 인식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2015년 환자안전법(종현이법) 제정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나 환자안전사고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는 2017년 3864건에서 2021년 1만3146건으로 지난 5년간 약 3배나 늘어났다.
전문가는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환자·보호자도 진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미정 고려대안암병원 적정진료관리팀 팀장은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는 환자안전과 질 향상을 위해 환자·보호자·의료인이 적극적인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가지고 치료와 건강관리의 전 과정에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에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가 안전을 위한 활동임을 명시하고 있다. 환자안전법 제2조에 따르면 환자안전활동을 보건의료기관, 보건의료인, 환자 및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곽 팀장은 “환자들은 집, 병원, 의원, 시설 등 다양한 보건의료환경 내에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는 존재가 바로 보호자의 존재”라며 “진료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하는 것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로 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것을 예방하고, 환자와 의료인의 만족도를 증가시켜 치료 결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가 의료 오류 감소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5년 진행된 환자와 보호자 참여의 연구 결과 환자 치료결과 향상,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 증가, 재원일수 감소 등 의료서비스 이용감소, 의료 질과 안전성 향상 등 결과가 나타났다.
곽 팀장은 진료과정에 환자와 보호자를 참여시키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 정보 공유 △환자와 보호자에 공감·정직·존중 표현 △효과적인 의사소통 △적절한 방법으로 사전 동의 받기 △정보교환은 1회성이 아닌 과정 △모든 임상활동에서 환자 참여에 대한 생각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환자안전은 국가적 제도, 안전한 의료환경, 안전시스템, 충분한 의료인력 등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 향상될 수 있다”며 “환자 및 보호자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다면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정책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법과 환자안전의 날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의사가 아무리 열심히 손을 씻어도 환자나 보호자가 손을 씻지 않으면 병원 감염을 막을 수 없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환자안전사고 예방주체라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 병원 경영자와 종사자 모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과 함께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주체에 환자·소비자·시민 단체 포함 △환자확인·손씻기·낙상교육 캠페인 △환자·소비자·시민 단체에 환자안전 전담인력 확보 △환자안전위원회에 환자·보호자 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병원 환자안전사고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보호자와 병원 경영진·종사자의 환자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과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에 대한 의지”라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환자 안전 활동을 내실화해나갈 고민이 필요하다”며 “권역 또는 지역별로 환자의 안전을 위한 활동을 네트워킹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데, 지역환자안전센터 등 외연 확장이 필요한 부분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들 모두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자는 것이 환자안전법의 입법 취지”라며 “복지부도 2번째 환자안전종합계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깊이 고민하며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