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시작된 예대금리 공시 제도를 금융당국이 개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대금리 공시로 인해 오히려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에 힘쓰는 금융사들이 ‘이자장사’를 지속한다는 낙인을 찍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와서다. 하지만 제도를 손본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만큼 이같은 ‘낙인’ 논란은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대금리차 공시에 참여 중인 시중은행의 대출 실무 담당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전북은행, 인터넷은행 2곳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공개 회의에서 금융권 관계자들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금리가 예대금리차 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2일 시작된 예대금리 공시 제도에는 시중은행이 집행하고 있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과 자체 서민금융 지원 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이 포함됐다.
햇살론은 저소득·저신용 탓에 정상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으로, 금리는 연 15.9%로 설정됐다. 또한 새희망홀씨는 시중은행들이 마련한 기금을 바탕으로 신용점수 하위 20%인 저신용자들에게 연 10.5% 이하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많이 취급할수록 전체 평균 대출금리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예대금리차 또한 벌어지면서 고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한다는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 금융권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같은 현상으로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곳이 인터넷은행들이다. 시중은행들이 1%대 초반에서 1% 중반대를 기록한 예대마진들이 ▲토스뱅크 5.6% ▲케이뱅크 2.46% ▲카카오뱅크 2.33%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고금리 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당행의 7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약 38%에 달한다”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이 컸고, 주력 상품인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수신금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지적사항들에 대해 시중은행들과 금융당국, 은행연합회는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와 빼지 않은 예대금리차를 모두 공시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개편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제기한 주요 불만사항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결과가 전체 예대금리차 공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실제 반영된 것을 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실제 시중은행에서 나가는 금리와 예대금리 공시 차에서 나타나는 금리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점이 동일한 상황”이라며 “햇살론이 빠졌다지만, 새희망홀씨 상품이 그대로 남은 만큼 새희망홀씨를 많이 취급할수록 ‘평균의 함정’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