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침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돼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이 더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6일 오후 4시 기준, 포항 남구 해병로 A 아파트 1, 2단지 지하 주차장의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에 1단지 주민 7명이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는데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 40명과 경찰 10명, 해병 1사단 관계자 등 60명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 배수에는 4~7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쿠키뉴스 취재진이 방문한 두 아파트 단지 모두 진흙으로 바닥이 뒤범벅된 상태였다. 지상에 주차된 차량들도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냉천과 아파트 단지 사이의 옹벽은 처참히 무너졌다. 이날 오전 냉천에서 범람한 물이 옹벽을 뚫고 아파트 단지를 덮쳤다. 흘러넘친 물은 1개층짜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 2곳을 메웠다.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높이 3.5m, 너비 35m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아파트 주민 이순상(60)씨는 “이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태풍이 왔어도 이렇게까지 물이 넘친 적은 없다. 올해가 처음”이라며 “오전 5시부터 아파트 단지로 물이 흘러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이 순식간에 들어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파트에서 23년 거주했다는 김모(여)씨는 “오전 6시쯤 물이 차고 있으니까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남편이 나가서 차를 뺀 뒤 5분 후에 갑자기 물이 지하 주차장으로 쏟아졌다. 30분 만에 지하 주차장을 다 채웠다”고 이야기했다.
2단지에 거주하는 정모(여)씨는 “주차장으로 물이 흘러가자 주민들 모두 ‘패닉’ 상태였다”며 “일부 주민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봤다. 그분들이 무사히 나오셨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신고가 접수된 1단지뿐만 아니라 2단지에서도 실종자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들은 “1단지에서 인명사고가 많이 난 것으로 아는데, 2단지에도 연락이 안 되는 주민이 있다”, “2단지에 거주하는 70대 할아버지가 못 나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포항 남구의 또 다른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이동을 위해 나간 66세 여성이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포항의 누적 강수량은 378.8㎜다.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주택, 상가 등이 침수됐다.
포항=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