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현 복지부 제1차관이 낙점됐다. ‘세 번째’ 후보자다. 석 달 넘게 복지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검증대를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13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접수됐다. 오는 14일 복지위에 요청서가 회부되면, 국회는 인사청문법상 27일까지 청문회를 개최하고 내달 4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 후보자가 지명된 건 윤 정부 출범 122일만이다. 대통령실은 정호영·김승희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른 논란으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 이후 인사 검증에 공을 들였다.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한지 65일만에 발표한 만큼 논란의 소지가 적은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에서도 인선 발표 당시 “업무 추진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조 후보자의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무위원이 서울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편중된 탓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후보자는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 전략기획팀장과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재정관리관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은 조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을 희망했다고도 전해진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조 후보자 인선안을 발표한 뒤 기재부 인사 편중 지적에 대해 “그게 사실 가장 큰 제약이었다”면서도 “조 후보자의 경우 지난번 대통령에 부처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복지 관련 일을 충분히 소화했고 과거 기재부에서 예산을 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 연금, 교육 등을 해 이번에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내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수장에 예산·재정 전문가를 내세운 것을 두고 윤 정부 보건복지 정책 방향이 재정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에 놓고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 정책국장은 “기재부는 복지부에 공공기관 예산 절감 등을 요구하는 부처다. 경제관료로서 재정긴축, 민영화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3개월여간 복지부 장관 직무대리로서 해왔던 역할 역시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 건강관리 민영화 등으로, 향후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할 인사로 보인다”며 “기재부 출신 경제관료기 때문에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명 철회 요구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복지부 장관의 자리에 경제관료 출신 인물이 앉게 된다면 복지부는 경제논리에만 휘둘릴 것이 자명하다. 조 차관은 3개월간 친기업 규제완화, 의료민영화 등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감염병 상황을 방조했다”며 “부적절한 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만들어갈 철학과 전문성을 갖춘 적절한 후보자를 지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복지위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연금개혁 논의가 촉발된 가운데 기재부 출신 조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도 의문이 든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가운데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 가장 중요한 방향이 돼야 하는 연금개혁을 기재부의 재정 건전성 논리로 끌고 가려는 기재부 허수아비 장관 인사는 아닌지 깊은 우려가 된다”고 날을 세웠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동 기재부 관료인 조규홍 전 복지부 1차관이 지명되면서 관가에서 기재부 편중인사가 지적되고 있다”면서 “검찰 또는 기재부 출신 인사들만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이런 정부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하다. 인사검증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라”고 질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