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신고한 게시글인데 1분 만에 다시 올라왔다. 경기 수원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조건만남 게시글이 다른 계정으로 게재됐다. 활동 지역은 경남 거제로 바뀌어 있었다. 내용은 동일했다. 새로고침 하자 전북 익산, 강원 강릉에서 활동한다는 새로운 계정이 나타났다.
온라인 성매매 광고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성매매 광고 근절을 위해 시민감시단이 노력하고 있으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원자들로 구성된 온라인 시민감시단은 SNS와 포털사이트 등에 게재된 성매매 광고를 신고, 삭제한다. 19일 성매매 추방 주간 시작을 맞아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온라인 시민감시단으로 활동해봤다. 하루 2시간씩 총 4시간 성매매 광고 글을 찾았다. 서울시 인터넷시민감시단 모니터링 매뉴얼과 플랫폼을 이용해 신고를 진행했다.
모니터링 매뉴얼에 게재된 키워드를 활용해 온라인 성매매 광고를 검색했다. 게시글이 쏟아졌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초 단위로 게시글이 새로 생겨났다. 일부 성매매 광고 게시글은 조직적·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 사용이 의심됐다. 함께 게시된 여성 사진은 도용 혹은 도용해 포토샵으로 수정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사진이 다른 계정에 반복해 올라왔다. 김포맛집, 순천부동산, 강원찜질방, 민트우유 같은 일상적인 단어 사이에 애인대행, 출장만남 등을 끼워 넣은 게시물도 있었다. 이 또한 매크로를 활용해 해당 기간 많이 검색된 키워드를 섞어 만든 것으로 보였다. 맛집 게시글 사이에 ‘풀싸롱’ 소개글을 올린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었다.
10분 동안 3개의 게시물을 신고했다. 서울시 인터넷시민감시단의 경우, 신고할 계정 사진과 신고 완료 사진을 채증해 자체 플랫폼에 등록해야 한다. 사전에 등록된 계정인지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열심히 신고했지만 게시물이 올라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게시물을 취사선택해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도용으로 추정되는 개인 신상이 적힌 경우를 우선순위에 뒀다. 고등학교와 학생의 이름, 사진 등이 담긴 게시물도 있었다. 의도가 보이지만 명확한 성매매 문구가 없어 신고 못 한 게시물도 있다. 4시간 동안 트위터 40개, 인스타그램 7개, 홈페이지 5개, 유튜브 6개 등 총 58건을 신고했다.
신고 노력은 무색했다. 58건의 신고 중 삭제된 계정은 19건에 불과했다. 트위터 15건, 인스타 3건, 유튜브 1건이다. 플랫폼 업체의 반응도 기계적이었다. 트위터는 “동의하에 제작된 성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은 허락한다”며 신고 계정이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성매매 문구가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반려된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똑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신고했지만 결과는 갈렸다. 한 계정은 차단됐지만 또 다른 계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현행법상 성매매 알선 게시글이 게재돼도 해당 사이트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대안은 없을까. 서울과 부산, 경기, 대구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시민감시단은 1000여명이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성매매 광고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대구 디지털시민감시단원 이경화씨는 “트위터의 경우, 신고된 계정이 일시 정지됐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며 “여러 건을 신고했지만 계정 삭제는 거의 없었다. 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성착취 대응 및 처벌법’을 제정했다. 성매매 콘텐츠가 게재된 사이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법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스스로가 성매매 콘텐츠 억제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플랫폼도 성매매 게시글에 대한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 플랫폼도 규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아동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도록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에서 신고 게시글을 차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찰 등 사법기관에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반복 게재되는) 게시물의 고유 정보를 분석해 인공지능(AI)으로 자동 차단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