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과거 직장 동료였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남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계획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전모(31)씨의 자택을 수색했다.
범행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전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으며, 자료를 분석 중이다.
전씨가 범행 당일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려 한 사실도 파악됐다. 전씨는 범행 약 8시간 전인 14일 오후 1시20분께 집 근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1700만원을 찾으려 했다. 다만 인출 한도를 초과해 실제 인출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씨가 현금을 찾아 범행 후 도주 자금으로 사용하려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6호선 구산역에서 기록이 남는 교통카드 대신 일회용 승차권으로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까지 이동했다. 1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씨가 범행 전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쓴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계획 범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피해자를 2019년 말부터 370여차례 걸쳐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전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뤄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오면서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