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준비하는데…뒤늦은 항체양성률 조사 발표

일상회복 준비하는데…뒤늦은 항체양성률 조사 발표

尹정부 ‘과학방역’ 핵심과제
미진단 확진자 전국민 19.5%
취임 100일 8월 중순 넘겨…유행 막바지 앞두고 발표
“발표 시점 너무 늦어”

기사승인 2022-09-23 11:05:01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한국 국민 97.38%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감염과 백신접종에 의한 항체 형성을 합한 숫자다. 또 지역사회 내 미진단 확진자는 전 국민의 약 20%(1000만명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항체양성률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항체양성률 조사는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핵심 과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항체양성률 조사를 전 정부의 정치방역과 구별짓는 과학방역의 근거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훌쩍 넘겼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행 막바지가 돼서야 나온 탓에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가 빛을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방법은

질병관리청은 23일 전국 17개 시·도 대표 표본 1만명(만 5세 이상)에 대한 전국단위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방역당국은 조사원의 대상가구 방문을 통해 참여자 모집 및 설문조사 실시해 대상자를 모집했다. 조사 대상자는 지역·연령·유병률 등을 고려한 표본 추출을 통해 선정됐다.

조사 대상자 9959명(99.6%)가 보건소 또는 협력의료기관을 방문해 채혈하는 방식으로 검체 수집이 이뤄졌다. 데이터 적합성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58명을 제외하고, 대상자 중 9901명에 대해 지역, 연령, 성별에 따라 항체양성률을 분석했다.

질병관리청.

자연감염 57.65%…백신접종까지 합하면 97.38%

항체양성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spike) 항원 또는 N(nucleoprotein)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보유한 비율을 말한다. S항원은 감염 및 백신 유도 항체 검출(자연감염과 백신접종), N항원은 코로나19 감염 후 생성된 항체 검출(자연감염)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민의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양성률은 57.65%다. 확진자 누적발생률 38.15%(7월30일 기준) 보다 19.5% 높다. 즉 지역사회 내 미진단 감염자가 20%에 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전체 항체양성률(자연감염과 백신접종에 의한 항체양성률) 97.38%에 대해 “오미크론 유행 및 높은 백신접종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연감염으로 생성된 N항체 양성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9세(79.8%)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N항체 양성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제주(66.1%), 부산(64.9%), 서울(61.8%) 순이었다. 가장 낮은 지역은 울산으로 48.6%였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차이에 대해서는 연령 구조가 각각 다른 점이 반영됐을 수 있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5~9세에서 N항체 양성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해당 연령대가 백신 정책 수혜 대상이 아니었고, 연령이 낮을수록 무증상 감염률이 높아 노출 위험이 컸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면역항체는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되며,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기에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고위험군 등에 대해서는 추가 접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자문 의견을 냈다.

지난 4월 27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유행 끝나가는데…“늦어도 한참 늦었다”

다만 항체조사율 결과가 나온 시점이 너무 늦은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50인 이상의 실외 행사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없애는 등 일상회복으로 가기 위한 단계를 논의 중이다. 

인수위가 제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30일까지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당시 인수위 위원장은 항체 양성률을 분기마다 조사해 방역 정책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방역당국은 당초 조사에 5월 중 착수해 표본설계 등 준비 과정을 거쳐서 6월 말~7월 초 사이에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2달이나 미뤄진 7월 초였다. 질병청은 시간이 소요된 이유에 대해 예산 확보, 관계부처 협의, 사업공고 등 행정절차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산발적, 소규모로 하던 항체양성률 조사가 아니라 전국적 규모의 대표성 있는 항체양성률 조사를 최초 실시했다는 의의는 있다”면서도 “돌파감염, 재감염, 재재감염자까지 잇따르는데 이제와서 항체양성률 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수치를 낸 것은 좋은데 활용할 곳이 어디 있을지 모르겠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없다면야 항체양성률 조사를 통해 집단감염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는 5~6개월 주기로 계속 변이가 나온다”면서 “100%에 가깝게 항체양성률이 나와도 사실 크게 의미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미국·영국 등지에서 확산하는 BA.4.6 변이 확산 추세를 봤을 때 안심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