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한국은행과 1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 스와프 거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외화 단기자금 한도도 6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기 위해서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렸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처를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국민연금 기금은 1000조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7%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국민연금은 상반기 투자 수익률 -8%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지난해 말과 비교해 76조원을 잃었다.
이날 기금운용위를 주재한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강화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는 등 대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 내에서 한국은행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는 외환 스와프 거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이 한국은행에 원화를 빌려주는 대신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 달러화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어차피 해외투자를 해야 하고 안정적인 외화 조달이 필요하다”면서 “환율안정을 위한 조치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30억달러(분기별 일 평균 잔고액)로 상향하기로 했다. 기존 한도는 6억 달러 규모였다. 한도가 지나치게 낮아 외환거래가 빈번해 불필요한 환전비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논의 안건에서 빠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했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뼈대다. 기후변화 대응과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전세계 연기금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구체적 이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연구용역 조사를 시행한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4월 기금운용위에 최종 결과를 제시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기업, 50%가 넘는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안을 기금운용위에 제시했다. 이후 국민연금이 최종 결정을 미루며 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않은 상태다.
이 사이 국민연금은 ‘석탄기업’으로 분류된 한국전력공사 지분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렸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한전 지분을 2200만주를 추가했다. 해외 연기금과는 상반된 행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2017년 한전을 투자금지기업으로 지정했다. 유럽 최대 연기금을 운영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는 지난해 2월 한전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APGS는 한전이 석탄발전소 투자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후솔루션 등 170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금운용위가 열리는 호텔 앞과 회의장 내부에서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관계자들은 ‘기후재난 속 국민연금은 아직도 석탄 투자’, ‘1년 반째 탈석탄 약속 이행 연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 단체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실효성 있는 투자배제 정책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에는 석탄 기업을 분류하는 정량 기준으로 매출 비중 ‘최소 30%’ 설정·투자 배제 등 5가지 요구 사항이 담겼다. 김 이사장에게는 내달 24일을 기한으로 답변을 달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 이후 전문가 TF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며 “논의가 정리되면 기금운용위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