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복지 위기가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취약계층 5명 중 1명은 복지 위기대상자로 발굴되고도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또다시 위기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혜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300만 명에 가까운 위기대상자가 발굴됐다. 지난 2018년 기준 약 34만 명이었던 위기대상자는 지난해 10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위기가구는 격월 단위로 조사하여 1년에 총 6차례 등록하는데, 지난해 기준 위기대상자로 발굴된 사람 107만명 중에 19.5%에 해당하는 20만여 명은 한해 두 번 이상 위기가구 명단에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복발굴 현황에서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발굴대상자가 급증한 것과 더불어 한해에 3회 이상 반복적으로 발굴되는 대상자도 늘어난 점이다. 지난해 5회 이상 발굴되는 사람도 2008명에 이르렀다. 최소 네 달에 한 번, 최대 두 달에 한 번씩은 취약계층이라고 파악된 이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의 장기침체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위기가구로 등록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자체 발굴대상자를 시도별로 살펴보면, 최근 3년간 발굴대상자가 많았던 곳과 적었던 곳은 각각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 발굴대상자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곳은 경상북도, 낮은 곳은 인천광역시였다.
시군구별로는 최근 3년간 발굴대상자가 많았던 10개 지자체는 제주도 제주시(8065명), 경상북도 의성군(8010명), 경기도 부천시(7500명), 서울 노원구(6855명), 서울 관악구(6363명), 서울 중랑구(6053명), 경상북도 구미시(5911명), 서울 마포구(5777명), 인천 서구(5680명), 인천 부평구(5411명)의 순으로 확인됐다.
발굴대상자가 많았던 10개 시군구의 위기 사유 1순위 항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건강보험료 체납이었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월세취약가구가 전체 위기가구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주거 위협을 받는 세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었을까.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서 발굴된 대상자 중 지자체에서 현장방문이나 상담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대상자를 일컫는 ‘미처리 대상자’의 최근 5년간 시군구별 현황에 따르면 미처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양구군(15%)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20개 시군구의 광역별 빈도를 살펴보면 강원도(5개), 경상북도(4개), 전라남도(3개), 서울특별시·충청북도·인천광역시(2개), 대전광역시·전라북도(1개)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미처리비율이 가장 높았던 강원도 양구군은 올해도 미처리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파악됐는데, 위기가구로 발굴된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상담이나 서비스 제공을 받지 못해 미처리 대상자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혜영 의원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숨은 복지 취약세대 수가 4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위기가구로 발굴되고도 공적인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해 반복적으로 이름만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고, 지자체의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초기상담조차 진행되지 못한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을 발굴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인력을 투입하는 만큼, 발굴된 대상자가 취약계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각자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 지원과 사례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